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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승인2015.03.18 11:50

어느 주말에 나선 짧은 여행길에서 아직 아궁이 불을 때는 집에서 밥 불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도 정겨워 보이고, 바람 없는 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골의 여기저기서 한가롭게 솟아오르는 연기의 모습은 이제 막 시작한 울타리의 앵두들 모습과 어울려 여행자의 시선을 맑게 해준다.
봄의 시간들이 옅은 녹색의 입성을 차려입고 마을과 언덕과 산을 온통 설레게 하는 모습도 한없이 보기 좋다. 기온 변화가 심상치 않다지만 아직 사계절의 변화를 맛 볼 수 있는 이런 풍경들을 사치스럽게 감상하는 동안, 익명의 시골길에서 따스한 시선으로 타인을 반겨주는 주민들이 소박하지만 풍요로워 보인다.
그들과 눈인사를 나누면서 문득 타인의 삶이 내 삶의 또 다른 얼굴임을 잊고 지내는 듯한 요즘의 나를 발견한다. 성적과 취업, 그리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강의를 강요당하는 학생들의 얼굴도 그 시선 안에 겹친다. 자기 사상과 학문의 가치가 시장의 가치로 대체되는 오늘날의 대학은 매년 높은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한다지만, 그 등록금의 가치가 자신의 미래의 발전으로 보상을 받는지는 어느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취업 기회가 많은 분야의 학위를 따기를 원하는 ‘좋은 고객’이고 대학은 그 요구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는 서로에 대한 자기 검열 안에서, 나의 동료와 다른 모든 존재들과 소통을 요구한다는 것은 어쩌면 허상일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카프카(Frantz Kafka)의 「변신」이 새삼 다시 읽혔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리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자 자신의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변신」의 첫머리의 구절이다. 꿈과 현실을 교차하는 듯한 이 이야기는 오직 가족과 직업에 대한 걱정으로 일상을 보내는 한 젊은이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그는 출근 전 벌레로 변한 것을 알면서도 당장 외판을 위해서 출근 걱정을 한다. 현대사회의 비인간성에 대해서 고발한다는 이 이야기는 좀 더 농밀하게 들여다보면,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하는 순간 기계처럼 돌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애를 쓰는 ‘잠자’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무심코 던진 사과에 맞아 생을 마감함으로써 “잠자 부부의 눈에 그 모습은 그들의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느껴질” 가족의 외면뿐이다. 그러나 그는 벌레로서의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여태껏 느끼지 못하는 것을 동물적으로 감지한다. 그것은 자본으로 대신했던 가족에 대한 연민을 발견하였고, 기계의 나사처럼 교환되는 현대사회의 노동에 대해 눈을 떴으며, 이제까지의 타인과의 소통이 전부 자본에 의한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 우울하고 무감각한 나날들이 벌레로서의 생을 마감하는 순간 “창밖이 온통 환하게 밝아오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난 생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경험한다.
여행길을 접을 무렵,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황톳길에 석양이 물들어 온 세상이 붉게 변하고, 가는 길을 아쉬워 하는 나에게 동네 사람들이 건네는 막걸리 몇 잔에 나도 홍안(紅顔)이 된다. 그 기분 좋은 취기에 작은 언덕바지를 내려오면서 나는 연민으로 바라보았던 나의 학생들이 다른 의미에서의 세상에 대한 “변신”을 꿈꾸기를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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