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학 및 학과 구조조정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우리대학도 그렇다. 대학에 입학할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운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대학대로 지방 대학은 지방 대학대로 머지않아 닥칠 학령인구 급감의 현실을 타개할 목적으로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는 중이다. 이 주제에 관한 한 우리대학은 타 대학에 비해 그 대응이 미약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대학도 더는 이 주제를 회피하기 어려운 국면에 와 있다. 대학본부는 교육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에, 각 학과는 대학본부 주도의 학과 구조조정에 붙들린 모습이다.
대학의 미래를 둘러싸고 우리대학 구성원들마다 백가쟁명식의 처방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 중 구조조정 자체를 부인하는 이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 주제가 워낙 갈등 유발형 주제인 까닭에 그 내홍의 강도가 여간 강한 게  아니다. 우리대학에서는 학과 구조조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총장과 기획처장이 서른 시간 가까이 관련 학과 학생들에 의해 감금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유를 떠나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다.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할 사건이다.
여타의 대학들도 구조조정으로 내홍 중이지만 우리대학처럼 총장과 기획처장이 학생들에 의해 감금되는 초유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수년간 학과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학본부는 더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자성해야 한다. 일부 학생들의 금도를 넘어선 폭언과 위력 행사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건의 재발 방지이다. 사건의 재발 방지를 근원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관련학과 학생들의 반발이 상당하지만 이를 이유로 우리대학의 구조조정 계획과 절차를 백지로 돌릴 수는 없다.
이런 배경에서 대학본부는 학생들을 구조조정의 참여자로 인정하는 사고의 발상을 해야 한다. 아무리 구조조정이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관련 당사자의 한 축인 학생들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그 명분은 의미가 없다. 학생들을 구조조정의 통보자로 간주하는 행정 절차를 더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교수사회와 직원사회에서 구조조정은 많이 알려진 익숙한 주제이지만 학생 사회는 그렇지 않다.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는 학과 구조조정이 갑작스런 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기에 관련학과 학생들을 구조조정 안의 최후 통보자로 간주하는 행정이 되풀이된다면 제2의 총장 감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현안일수록 공개와 공유, 참여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구조조정 절차에서 학생 참여가 긴요하다. 대학본부가 학생 참여 방식의 구조조정 방안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