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시험이고 그 다음은 아마 팀 과제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대학수업에서 이를 피해가긴 어렵다. 내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Teaching without learning is just talking.” 이 문장을 지침 삼아 수업한 지 6년. 무엇을 익혔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학생들이 말하게 하는 거다. 아예 이름표를 달아주고 이름을 불러대며 자꾸 말 시킨다는 게 소문났는지 이제 내 수업엔 질문과 토론과 발표를 피하지 않는 학생들이 적잖이 모인다. 그런데 이런 기특한 학생들도 팀 과제는 싫단다.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따로 시간 내서 모이기도 어렵고, 고만고만한 학생들끼리 조사하고 연구하며 헤매는 것도 힘들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공동 결과물을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대목은 팀 과제 채점이다. 쟤는 두 번이나 모임에 나오지 않았는데! 쟤는 달랑 검색결과 출력해온 게 전부인데! 쟤는 조용히 앉아만 있었는데! 그런데 쟤와 내가 같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니!

높아지는 학생들의 원성 앞에 마지못해 머리를 짜내어 팀 내 평가를 도입했더랬다. 발표한 팀 구성원이 서로 평가한 것을 팀 점수에 합산하는 것이다. 가장 기여한 학생과 가장 기여하지 못한 학생을 적으라고도 하고, 팀원별 기여도를 쓰라고도 하고, 팀원에게 기여순위를 매기라고도 했다. 그러면 나는 한 팀 발표점수를 내는데 전체 수강생이 채점한 결과를 입력해 평균을 내고 거기에 팀 내 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팀원 간 점수를 차등화했다. 연구실 컴퓨터 앞에 앉아 엑셀을 띄우고 점수들을 종일 입력하던 어느 날,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또 다른 누군가는 목욕하다가 맞이한 ‘유레카’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팀 과제 점수는 팀 전체가 같아야 한다는.

이제 나는 학생들에게 왜 팀 과제를 하는지 설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가 살면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크건 작건 누군가와 조직을 이루어 일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서로 차이를 확인하고 부딪침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해야 하며 그 모두가 만들어내는 공동의 결과로부터 개인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가 익혀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을 전체로부터 구분해나가는 방법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고 책임지는 경험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건 ‘유동하는 개인들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지만 결국 내가 속한 각종 공동체를 통해 나를 설명할 수밖에 없는 내게 주문 걸듯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