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새 학기 새 출발의 시기다. 특히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새내기 신입생에게는 지금이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낯섦은 소소한 일상에서 설렘과 함께 오는 그 무엇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거 겪어 본 적 없는 지극히 낯선 풍경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설렘은커녕 두려움의 원인이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희망과 도전보다 좌절과 비애로 다가오는 것이 되어 버렸다. ‘N포세대’론을 거쳐 ‘금수저, 흙수저’론으로 이어지는 자조가 이를 여실히 말해 준다. 대학은 높아만 가는 청년실업의 그늘에서 어떻게든 탈출하고픈 젊은이들의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앞선 세대보다 풍요롭지 못한 미래 세대를 전망해야 하는, 유사 이래 겪어본 바 없는 낯선 시대가 도래해 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가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에서 노인빈곤률과 노인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대를 관통해 한국의 불평등지수는 악화일로다. 세계상위소득데이터베이스(WTI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44.9%를 점한다.
세계 곳곳에서도 낯선 풍경들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를 타개하고자 주요국이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섰음에도 오히려 우리는 그 귀결로서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 즉 지속적인 물가하락 압력에 직면해 있다. 무역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으며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의 경착륙 징후가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협하는 상황도 겪어본 바 없는 낯설고 두려운 현상이다.
혼탁한 이 시대를 밝힌 지성으로 일컬어지던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1월 타계하셨다. 그는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된 『담론』에서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나 이로부터 시작하는 또 하나의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며 타인에 대한 애정과 공감을 발로 실천할 것을 역설하였다.
젊은이들에게 이런 비루한 현실을 물려 준 우리 기성세대는 그저 죄스러울 따름이다. 새 학기 새 출발을 맞는 학생들에게 밝고 활기찬 희망보다 어둡고 냉혹한 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러니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싸구려 위로로 기성세대의 위악을 감추기보다 우리 함께 머나먼 여행을 떠나 보자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본다. 나라 안팎의 낯설고 절망스러운 풍경들이 나와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려면 먼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에 나서야 한다. 그 여행을 다행히 마쳤다면 이제 가슴에서 발로의 여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다름 아닌 ‘大學’에서 할 참다운 ‘공부’다. 이 여행에 동행할 스승이나 교우를 대구대학교에서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