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교정은 아름답다. 아침저녁으로 꽃샘이 여전하지만 봄은 오고야 만다. 이 꽃샘을 물리치는 건 단연 우리 새내기들이다. 새내기들이 꽃샘을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꽃샘이 물러간 자리에 홍매화가 피어오른다. 목련도 서서히 꽃망울을 벌리고 있다.
‘헬조선’이라고 한다. 참으로 고약한 말이다. 이 땅이 언제부터 ‘헬’로 불리게 된 건가. 오죽 이 땅에 희망이 보이지 않았으면 젊은이들이 이런 고약한 말을 하고 있을까? 이 땅을 헬이라 부르지 말자고 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대들이 바로 이 추위를 녹이는 존재들이라고. 그대들이 헬을 몰아내는 존재들이라고.
청년의 본질은 육신에 있지 않다. 정신에 있다. 육신, 그건 본질이 아니다. 육신의 나이가 젊어도 정신이 젊지 않으면 애늙은이로 불린다. 이렇게 되면 최악이다. 헬조선보다 더 문제다. 먼저 정신이 젊어야 한다. 육신의 나이가 많아도 정신이 젊다면 청년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청년이 정말 청년으로 불리고 싶다면 자기 정신을 젊게 해야 한다고.
젊은 정신은 꿈을 꾸는 정신이다. 그대로 멈춰버리는 정신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 각자는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 남의 삶을 살 이유가 없다. 아니다. 남이 살아주지도 못한다. 부모도 그렇고 선생도 그렇다. 자기 삶은 자기 삶이다. 여기에 다른 사람을 가져다 붙일 이유가 없다. 다시 강조한다. 젊은 정신은 꿈을 꾸는 정신이다. 그래서 우리 실존을 향해 내달려야 한다. 그러자면 저 하늘을 투시하며, 땅의 저 끝을 응시하며 꿈을 꿔야 한다. 남의 꿈을 꾸지 말아야 한다. 나를 들뜨게 할 내 꿈을 꿔야 한다.
새내기들에게 물었다. 꿈을 말이다. 그래 막연한 질문이다. 어떻게 보자면 이렇게 묻는 나에게 문제가 더 있어 보인다. 꿈이라니. 그것도 헬조선의 새내기들에게 말이다. 그래도 물었다. 꿈을 말이다. 알고 싶었고 궁금했다. 이렇게 말하는 새내기들이 있었다. 꿈이 없다고. 솔직한 답변이었다. 헬조선의 새내기다웠다. 기억하라. ‘동주’는 그 엄혹한 시대에 시인의 꿈을 꾸었다.
그러니 꿈을 꿔야 한다. 부모와 선생의 꿈이 아닌 바로 자신의 꿈을 말이다. 자신을 일으켜 세울 꿈을 말이다. 자신을 일으켜 새우고 걷게 할 꿈을 말이다. 돈은 부차적이다. 돈을 꾸는 게 아니라 꿈을 꿔야 한다. 꿈이 없는 새내기는 그저 생존하는 거다.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삶은 꿈으로 이어지는 무늬다. 그리고 새내기는 그 무늬를 장식할 보석이다. 젊은 정신은 꿈을 꾸는 정신이다. 젊은 정신은 꿈을 꾸며 자신을 살아갈 존재들이다.
헬조선이라고?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새내기의 꿈이다. 그 꿈이 꽃샘을 몰아내고 그 꿈이 헬을 몰아낸다. 그리고 결국 그 꿈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낸다. 새내기의 꿈을 기대한다. 새내기들아, 눈을 들어 저 하늘과 저 나무를 바라보기를 이 선생은 기대한다. 봄이 오고 있지 않은가 새내기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