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부터 시행된 멀티플렉스 CGV의 영화 관람료 인상 이른바 ‘가격 다양화’ 정책이 현재 뜨거운 논쟁거리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격 다양화라는 정책 아래 시간대를 세분화하여 주말에는 요금이 인상되었고 좌석의 위치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자릿값이라는 개념이 새로 등장했다. 즉 영화 값을 계산하려면 영화 시간대별 가격에 자릿값을 더하거나 빼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가격의 다양화라는 명목 아래 시행된 이번 정책은 서비스와 시설의 개선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좌석별 차별 요금을 매기는 것은 영화 관람료의 인상을 위한 대형 영화보급사의 꼼수가 아니냐는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기자는 좌석별 가격 다양화가 이렇게까지 비판을 받아야만 하는 정책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사실 관람료의 인상은 영화관뿐만 아니라 영화산업에도 도움이 된다. 스텝들의 최저임금부터, 장비의 디지털화에서 나타나는 제작비 상승 등 영화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람료 인상으로 인한 수입이 영화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나쁘지 만은 않은 정책이라고 기자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자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한국의 경우 영화관과 제작사 간의 수익 배분율이 거의 동등하다. 또한, 상영 기간이 늘어날수록 제작사 쪽에서는 영화관수를 유지하기 위해 수익 배분을 극장에 훨씬 더 유리하게 맞춰줄 수밖에 없다. 결국 제작사와 극장의 근본적인 수익배분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관람료 인상은 영화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좌석 다양화를 시작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벌써 새로운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싼 프라임 좌석과 싼 이코노미 좌석을 동시에 예약하여 영화 시작 전 프라임 좌석을 취소하고 이코노믹 표로 입장한 후 프라임석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는 일명 ‘메뚜기 족’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CGV 측에서는 추후에 보완책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할 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
이번 CGV 영화 관람료 인상은 단순히 돈 천 원이 비싸진 것에 관람자들이 격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먼저 정책의 변경에 따른 문제점 해결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좌석 다양화라는 정책만을 내세운 CGV의 태도는 가격 인상에만 급급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부당함을 시민들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천 원쯤은 괜찮다는 생각과 메뚜기 족의 출현으로 가격인상 정책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들이 만연할 것이고, 결국 관람자들은 인상된 영화 값에 익숙해지고 말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무책임한 기업에게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적극적 의견제시와 불매운동과 같은 방법으로 시설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도록 함과 동시에 더 깊이 들어가서는 이번 영화 관람료의 인상이 단순히 영화관의 배를 불리는데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산업 발전에 한층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 또한 늘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