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인류문명을 만들었고 자신과 세상을 바꾼다는 것’

여느 때와 다름없는 수업시간. 교수님은 단상 위에 올라가 몇 십 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강의한다. 중요한 단원이 막 끝나고, 교수님이 학생들을 향해 한마디한다. “질문 있니?” 곧 불편한 정적이 흐른다. 턱을 손에 괴고 펜을 굴리며 다른 학생들을 흘겨본다. 몇몇은 관심 없다는 듯 폰을 만지작거린다. 누구는 아예 머리를 떨구고 가만히 있다. 너무 익숙하고 이제는 당연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우리의 수업 모습이다. ‘문답법’으로 알려진 질문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의 시작이며, 가장 근본을 이루는 방법이고, 수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다. 학생들이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다면 수업시간에 앉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학생들이 맥락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할까봐 망설여진다고 말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는 맥락을 전부 이해하는 학생은 사실 소수에 불과하다.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배우기 위해 수업을 듣는 것이며, 그렇기에 질문은 꼭 필요한 것이다.

○ 질문을 꺼리는 학생들!
그러나 수업시간에 질문을 거의 하지 않거나, 아예 하지 않는 학생이 절대다수이다. 이에 기자는 교내를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인터뷰를 해 보았다. 이다교(관광경영 · 13)학우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며 “질문을 하면 중간에 맥이 끊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같이 듣는 사람들 눈치도 좀 보여서 질문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승범(원예학 · 12)학우는 “교수님이 여쭤보시면 대답은 잘 하는데, 자발적인 질문은 안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토록 학생들이 질문을 부담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학우는 “학생들이 시험 점수가 중요하지, 수업시간마다 진짜로 내가 이해하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질문도 안하고 외우기만 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태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 학우는 “어릴 때부터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보다는 주입식 교육이 주로 이루어졌다. 누군가는 설명하고 자기는 받아 적는 식의 분위기에 익숙해진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사회적으로 한 명이 너무 나서면 주변 시선이 안 좋기 때문에 더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사회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곧바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제언했다. “일단 수업 인원이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명 내외에서 진행하면 다 같이 교수님과 가깝게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보기에 부담이 훨씬 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우 역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핸드폰을 보는 등의 개인적인 행동을 안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또 뒤에 앉으면 아무래도 떠들게 된다. 가능한 앞에 앉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교수님도 그런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학생 개인의 노력을 중요시했다.

○ 해답은 무엇인지?
학생이 질문을 한다면, 그 대상은 대부분 교수이다. 교수는 학생과 다르게 가르치는 입장이니까, 수업의 또 다른 당사자로서 이미 해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학생들이 변하지 못할 뿐인 걸까? 인터뷰를 진행한 사회학 이희영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질문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 평소에도 많은 생각을 한 듯 보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교과서나 참고서에 있는 내용을 외우면서, 선생님들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교육을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호기심이 가득찬 질문들이 많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면서 쓸데없는 질문 말고 공부나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그것이 고착화된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성세대의 탓이 가장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해결방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 스스로 성인이 되었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왜 이래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내가 하는 말이 혹시 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많다. 하지만 애초에 질문이라는 것은 불명확한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틀린 질문’이라는 건 없는 거다. 학생들이 이를 염두하고 마음속의 의문들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안해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대학생들이 나이만 먹어 갈 것이 아니라 성인으로서 자의식을 높이고, 질문이 틀릴까 불안해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선 교수들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질문을 했을 때 혹시 교수님들이 또는 다른 학생들이 자기에 대해서 비난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크다. 강의시간에 어떤 질문을 해도 지원해주고, 받아주고, 누구든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교수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노력을 해야 학생들은 움츠렸던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은 무엇이 다른가.
현 시대 수업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움과 그로인한 소극적인 태도다. 이에 맞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교수의 의견에 반박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과 크게 다른 점이 있을까? 한 수업에 두 번 정도는 꼬박꼬박 질문을 한다는 노도형(회계·15)학우는 “회계 쪽으로 진로를 확실하게 잡아놔서 전공 관련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 놨다. 이제 곧 군대를 가는데 가기 전에 자격증을 따고 싶다. 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교수님들이 전문가들이시니까 질문하면서 새로운 안목도 기를 수 있고, 교수님께 눈도장도 찍혀서 학점 따기도 수월하다.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 혜택도 있다. 목표를 이루기 수월해지고, 개인적으로 얻는 이득도 많아서 그만큼 질문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명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노도형 학우에게 질문하는 순간 잠깐의 부끄러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또한 그는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어차피 질문할 찬구들은 언제든 할 거고, 안 할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되어도 안 할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질문이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가 형성되기 위해선 결국 학생 스스로의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은 본인의 목표와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기 때문에 수업에서 더욱 적극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평소에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돼서도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라 헤맨다. 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시간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 온 날들이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활짝 웃는지, 어떤 음악을 들어야 행복한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쾌함을 느끼는지,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는지 본인의 마음에게 질문한 적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에게 꾸준히 물어본 사람만이 꿈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적어도 대학 졸업장은 따야 하니까, 남들 다 공부하는 거니까,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주변 시선에 얽매여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질문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본인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