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뭐 먹고 살지?’, ‘하고 싶은 일도 없는데 취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청년들의 머릿속을 항상 맴돌며 마음을 아프게 하는 질문들이다.
가장 큰 고민거리인 ‘취업’이 해결되지 않아 속이 타들어가는 청년들을 위해 시대를 앞서가는 어른이 팔을 걷어 붙였다. 20일 경북대에서는 취업에 내몰려 어쩌다 삼포세대가 되어 버린 청년들을 위한 경제취업 특강쇼 ‘KRX 캠퍼스 공감 콘서트 LIFE UP’이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은 “내리막의 세상에서도 기회를 발견하라.”는 주제로, 앞으로 다가올 ‘제 2의 기계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일자리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약간 철학적이기도 한 이야기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경제전문가인 그가 내다본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은 “현재 한국은 장기 저성장시대로 진입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의 주력산업은 대부분 가라앉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도 직원 수 증가율이 높지 않았던 주력산업은 현재 직원을 늘리기는커녕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 어떤 사업이 가장 부상하게 될까? 노인들 상대로 한 일자리가 가장 많아질 것이고, 그 중에서도 의료건강과 관련된 산업들은 많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서 최근 몇 년 각광 받았던 업종들은 바이오, 제약 쪽 계열이다. 그러나 가파르게 성장 중인 신흥 산업의 기업들조차 직원 수를 거의 늘리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삼성 반도체산업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중장비에 사람 여럿이 붙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화가 진행 되서 인력이 많이 줄었다. 바이오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이 필요해봤자 마케팅이나 연구인력 정도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 자동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 속에서 신흥 산업이 주력산업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직장 규모별로 종사자수가 어떻게 늘어나고 줄어들고 있을까? 직원 수가 적은 직장의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임금은? 대기업에서 늘어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임금 영세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밀려드는 거대한 파고. 빅뱅와해.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속도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파급되고, 생산되고, 한 번에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산업과 기업의 지형이 순식간에 바뀌고, 연결되어있는 일자리도 순식간에 생겼다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을 빅뱅와해라고 한다.” 그는 빅뱅와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릴 때 아버님이 30년 정도 지나면 사람들이 각자 손 안에  전화기를 들고 다니고 그 전화는 영상통화까지 될 거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 그것이 현실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6, 7년 정도밖에 안 된 일이다.” 지금은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그 전에 핸드폰 최강자는 노키아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고 불과 2년 만에 노키아는 파산했다. 빅뱅와해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뱅와해는 해당산업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는 코닥을 예로 들었다. “코닥은 2012년에 파산했다. 코닥이 망한 주요 계기는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이지만, 그걸 가속화 시킨 건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보니까 전화만 하는 기계가 아니었고, 고화질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 2의 기계시대를 맞아 격변하는 세상.
  최근 몇 년간 애플과 구글이 가장 많이 투자한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이다. 이것이 미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동차 뿐 만 아니라 3D 프린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이미 산업화되어 있는 미래기술은 굉장히 많다. 제 2의 기계시대가 오고 있다. 그는 “올 봄에 알파고 대국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 2의 기계시대의 문제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적인 힘을 대신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지적인 능력까지 일부 대체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며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전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보급 산업용 로봇에 따른 인건비 절감률 예측을 보면 한국이 세계평균의 두 배가 넘는 33%가 된다. 이미 산업용 로봇에 인공지능 뿐 만 아니라 각종 자동화 기술들이 결합되면서 경제성장률과 무관하게 일자리가 과거만큼 활발히 늘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자동화가 가속 되면서, 노동 생산성이 높아져도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늘어나는 일자리와 줄어드는 일자리의 특징을 설명했다. “미국산업 중심으로 어떤 일자리가 늘어나고 줄어드는지 봤다. 기술 수준별로 봤을 때 중간기술 일자리가 제일 비중이 축소된다. 경영, 제조, 운영, 컴퓨터 같은 고도의 인간의 인지적 판단능력이 필요한 고급기술 일자리나 하급기술 일자리는 유지되거나 늘어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보호, 개인취사 및 개인 돌봄 서비스 등 아직 인간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일들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유형별로도 보니까 비정형 업무는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형화 할 수 있는 일자리들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사무 행정 제조 생산 건설 체굴 등 쉽게 자동화 할 수 있는 일들의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제 쉽게 자동화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점점 커질 것이다. 그래서 다보스 포럼에서 전망하기로 향후 2020년 까지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청년들이 열과 성을 다해 쌓고 있는 스펙위주의 준비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는 우리가 사교성이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협력을 잘 하고, 자신이 가진 업무를 파악해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하는 친구와 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앞으로 그런 자질이 필요할 거라고 말했다. “제 2의 기계시대가 돼서 인간의 인지적인 능력까지 기계가 대체 하더라도 인간의 협동정신,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능력 등은 기계가 쉽사리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이다. 4567만 곱하기 2277만을 순식간에 계산하는 인간은 없다. 근데 스마트폰은 바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는 게 아주 최근에서야 가능해졌다. 우리는 한두 살 아이도 구분하는 것을 말이다. 그처럼 인간과 기계가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게 실마리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답답한 어조로 말했다. “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서울대에서 에이 플러스를 받는 학생들을 봤더니 교수님 강의 내용을 달달 외워서 답안지에 잘 옮겨 쓰는 학생이더라. 그런데 외우는 거 스마트폰의 음성녹음기능이 훨씬 잘한다. 이걸 왜 사람이 하고 있나. 그리고 수능 만점자부터 수능 9등급까지 누가 1등인가? 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OECD에서 요구하는 협동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점수가 수능 만점자들은 최하위였다. 누가 1등인가? 그리고 미래에 필요한 능력들은 어떤 것들인가?” 한동안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일자리의 수명이 짧아진다. 반면에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게 문제다. 그는 해법으로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는 평생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직장을 벗어나서도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끼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야 된다. 처음에 직장을 고를 때 여기에서 내가 쌓는 경험이, 나중에 내가 하고자 하는 직업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이 기준에서 선택하는 게 나중을 위해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직장을 나가서도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콘텐츠와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내용 정리와 함께 청년들을 위한 훈훈한 조언을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쳤다. “미래는 굉장히 유동적이다. 그리고 지금의 관념으로 미래를 재단해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미래를 준비할 때도 지금의 상황에 급급해서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또는 눈앞의 나무만 쳐다보고 준비하지 말고, 먼 시야를 내다보고 어떤 흐름이 전개되는지 알아보고 준비했으면 좋겠다. 또 미래를 준비하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거라는 거 잊지 말고, 미래의 주역들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