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 세계적인 미디어 예언가이다. 기계 산업과 문명이 판을 치던 1950년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70여 년 전에 그는 이미 오늘의 미디어 세상을 예언했다. 종이신문을 비롯한 인쇄매체의 종언! 시종일관 그가 강조한 주장이다. 당시는 주류 매체였던 신문을 비롯한 인쇄미디어가 텔레비전이나 전자적 미디어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다분히 공허하고 충격적인 얘기였다. <기계신부>, <쿠텐베르크 은하계>, <미디어의 이해>, <지구촌에서의 전쟁과 평화>. 그의 예언이 단순한 예상이나 가능성 수준을 넘어 탄탄한 논리와 설득에 기반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大) 저작들이다. 인쇄매체의 이성적인 세계가 전자매체의 감성적인 세계로 급격하게 전환될 것이라는 예언과 하나 이상의 감각을 통해 복수의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인쇄매체가 무용할 것이라는 주장, 그러나 이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대학신문이 지면이라는 채널의 한계로부터 벗어난 것은 매클루언 선생의 예언을 수용한 결과이리라.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새로운 플랫폼 환경에 부합하는 뉴스와 콘텐츠의 혁신에는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라는 지면을 극복하는 것은 대학신문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못 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혁신 없는 단순 채널의 변화만으로는 지금의 한계와 위기는 극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는 대학신문의 정체로 읽혀야 할 것이다.
이미 충분히 늦었지만, 이제라도 콘텐츠 혁신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전자적 미디어의 자유로움과 평등함의 가치를 대학신문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로 거듭나야 한다. 도전과 실험이 대학신문의 진정한 가치이며 존재 이유라 할진대, 그 위상에 맞는 콘텐츠는 희귀할 지경이다. 도전과 실험으로 점철된 삶과 인생을 살아가는 청년의 현실을 그러한 가치를 최고로 숭상해야 할 대학신문이 반영하지 못한다고 해서야 참으로 면구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향한 일종의 위로서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시에 의구심이 생긴다. 청년들의 아픔이 대학신문을 통해서 얼마나 공론화 되었을까?! 청년 개인이 겪는 아픔, 캠퍼스에서의 상실감,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박탈감, 세상을 향한 몸부림…. 그 책이 청년이 뿜어내는 무수한 아픔과 절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대학신문에 대한 경고 혹은 반발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일까? 대학신문이 앞장서 그 아픔과 절규를 논쟁하고 치유하는 힐링의 시공간이 되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콘텐츠 혁신 그리고 실험과 도전, 대학신문이 유념해야 할 세 개의 키워드이다. 풀어보면, 모바일 환경에 부합하는 콘텐츠 혁신은 대학신문 제 역할과 책임 찾기의 시작이며, 실험과 도전은 그러한 역할과 책임을 추구하는 방향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도전과 실험의 대상이 무엇이며, 왜 그것이어야 하며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담론과 여론을 어떻게 대학공동체에 뿌리내리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랑받는 대학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한 본질이다. 매클루언의 예언이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