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이지성(명신고 3학년)

 

길가 모퉁이에 빈집 하나 있다

마당엔 정처 없는

속 빈 늙은 호박이 덩그러니

바람이 손 쓸고 간 자리에

사람 온기 하나 없다

 

어스름한 초저녁을 알리는

바람에 멀미난

입을 열고 세간 살이 토해내도록

휘이익, 휘이익 흔들어 본다

 

구멍 숭숭 뚫린 문살사이로

흔들리는 지문(指紋)에 닳은 문고리

비어서 속으로 둥근

수없이 흔들리며 흘러갔을 뜨거운 정(情)들

망설임과 후회는 또 그리

얼마나 아프게 흘러갔을까

 

마음 속 비운 문고리

잡고 갔을 숱한 눈빛들

달그락거리며 흔들리던

그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다

 

한 삶의 마침표

둥근 설화(說話)는 듣는 이

아무도 없고 속절없는 바람만이

속 텅 비어버린 빈집을 훑고 지나간다.

 

<수상 소감>

 

밤늦게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수상 메일을 확인하고 가슴이 빠르게 요동쳤습니다. 나를 늘 응원해주시는 어머니의 활짝 띤 웃음을 보며 마음은 높은 하늘을 나는 듯, 하였습니다. 중학 때 은사님이 주신 <가슴 뛰는 삶> 책 제목처럼 제 가슴은 언제나 미래의 향한 생각으로 뛰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 말을 배우고 글을 익힐 때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서점으로 갔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펼쳐본 그림책이든 영문서적이든 전부 사 가지고 왔습니다. 늘 책을 동무삼아 함께 놀고 함께 잠을 잤습니다. 그렇게 책을 가까운 한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문예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의 수많은 백일장과 공모에 참가하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배의 눈물을 삼켰지만 쓰라린 고통을 견뎌내며 피나는 노력 끝에 전년도에는 전국 백일장과 현상공모에서 30차례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꼴찌 상을 받고 부끄러운 마음에 부모님께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아버지의 충고에 깨달음을 얻어 낙방을 했거나 수상에 든 작품일지라도 글의 어떤 부분이 잘못 되었는지 분석을 하고 퇴고를 하여 새롭게 완성을 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지금까지 수많은 수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오늘 수상한 이 상은 올해 들어 18번 째 수상입니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30번의 수상 목표를 세워놓았습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은 집안의 많은 책들과 벗 하면서 자란 이유도 있지만 문학을 하시는 제 영원한 멘토인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아버지께 존경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험난한 문학의 길이지만 더욱 더 정진하여 니체와 같은 대문호가 되겠습니다. 부족한 글 수상에 들게 해 주신 심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수능 공부하는 저희들을 살뜰히 챙겨주시는 큰 누이 같고 이모 같은 배 혜 연 담임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위해 새벽 6시면 일어나 따뜻한 밥을 지어주시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대구대학교 언론출판문화원  shjh00@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