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김밥

신서윤(고양예고 2학년)

 

 

어릴적 할머니 손을 잡고

사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던 김밥집

메뉴판 가장 앞에 있는 김밥을 시킨다

 

할머니가 나 모르게 주워모았을

짝 잃은 톱니바퀴 단무지

계절을 잊은 선풍기 날개 당근

공사장 구리선 우엉

아파트 단지에 쌓이는 문제집 시금치

빨갛게 녹슨 쇠파이프 햄

여물은 황금빛 박스 쌀알

리어카 끌고 돌아왔을 성긴 밤하늘에 말았다

 

리어카 끌 듯이 줄 맞춰 담기는

분식집 폐지김밥

처음 나오는 우동 국물에

할머니의 하얗게 바랜 왼눈이 떠다니고

 

나는 못하는 젓가락질보다

손으로 집어먹는 걸 좋아하여

할머니는 한 벌 젓가락을

어린 입술에 먹여준다

말려있는 시간을 적시는

짭짤한 허기

 

하나하나 줄어드는 밤들이 안타까워

오래도록 씹는다

 

할머니가 고른 숨을 내쉴 때마다

뱃속에선 딸랑딸랑

고철이라기엔

맑은 소리가 울린다

 

<수상 소감>

 

세상을 관찰하며 제가 본 어떤 순간을 시로 표현했을 때 큰 기쁨을 느끼지만, 그 시가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뭉클함이 느껴집니다. 제 부족한 시를 봐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수상했다는 문자를 받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바로 부모님께 알려드렸습니다. 언제나 다독여주시고 믿어주신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의 수상 소식에 기뻐해 준 친구들과 저를 좋은 길로 인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를 쓸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대구대학교 언론출판문화원  shjh00@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