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오 심사위원(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대현실의 문제를 언급하면 거대담론을 떠올리기가 쉽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의 담론 앞에 개인들의 구체적인 삶이 먼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 개인이 타자와 맺는 관계, 주위의 사물이나 자연과 맺는 관계의 진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밀고 나간다면 그것이 시대현실에 대한 물음에 닿을 수 있는 거 같기 때문이다.

심사지는 이러한 시대현실을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과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이른바 ‘소셜네트위크서비스’에서 읽는다. 적지 않은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참여하면서 이제 사이버상의 공간은 시대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전국 문예작품 공모〉 심사를 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대화는 바로 문학의 진전에 있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스마트폰 세대라 일컬어지는 10대 청소년들이 지원한 총 315편의 응모작들은, 기성세대의 아이들에 대한 우려 섞인 냉소적인 시선이야말로 왜곡된 시선임을 스스로 반성케 한다.

김종광 심사위원(소설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심사에 올라온 작품들은 〈코끼리 콰지모도〉를 포함하여 총 21편이었다. 심사자들 모두 〈코끼리 콰지모도〉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하는데 이의가 없었다. “콰지모도”(Quasimodo)는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노트르담의 곱추』 (The Hunchback of Notre-Dame)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는 기형적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멸시받는다. “끔찍한”, “악마의 탄생”등의 수식어를 달고, 태어났을 때부터 심각한 꼽추에, 커다란 무사마귀가 왼쪽 눈을 덮고 있다는 등 매우 흉한 외모로 묘사된다. 이러한 소설의 배경을 가지고 이시의 저자인 황주연 학생은 코끼리라는 소재를 끌여 들여 소설의 내용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각색한 것이 흥미롭다. 시에서는 보기드문 드라마적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최우수작으로 선정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다소 냉소적인 시선은 있으나 “보석을 안겨주면 보석으로 대하는/반짝이는 허상으로 충분하겠니”라는 독백스러운 역설은 시 읽기의 묘미를 부가해주고 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돌매미〉와 〈문고리〉는 이 시대의 보이지 않는 곳의 아픔을 화자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다. ‘돌매미’의 탄생과 죽임이 ‘노숙자’들의 삶의 고단함과 연결되기도 하고, 빈집의 ‘문고리’가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상징되는 것이 시에서만 볼 수 있는 언어의 풍경들을 충분히 엿 볼 수가 있었다.

수상자로 선정된 예비 시인들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나머지 응모한 학생들에게도 수상에 관계없이 우리 주변의 대상들과 사물들에 대한 깊은 관찰을 통해서 좋은 시들을 많이 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양진오(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종광(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