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열리고 있다. 시절은 하수상하지만 봄꽃은 예정대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인간사는 세상과 그 인간의 모습은 변하지만 자연은 변할 줄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 2017년 새 학기다. 대학은 변해가지만 봄꽃처럼 화사한 얼굴들은 변하지 않는다. 높은 등록금에 취업절벽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젊은 대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한다. 적어도 겉 얼굴의 모습은 그러하다. 청년 실업률은 20%를 육박하고 등록금에 원룸 비에 각종 교재 값에 토익 강의료에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허리는 휘어만 간다.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치러지면서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내놓지만 한 결 같이 장밋빛이다. 변함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연의 생명들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변하지 않는 장밋빛 공약은 눈살만 찌푸리게 만든다. 지금 우리의 대학은 변해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그 모습대로 변할 줄 모르고 흘러가고 있는가?

2018년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와 대학 입학 정원 숫자가 똑같아지면서 대학마다 학령인구 절벽에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대책을 내놓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거기다가 돈 줄을 쥐고 있는 교과부는 재정지원이라는 칼날로 2018년 제 2차 대학구조조정을 삼 단계로 실시한다. 제일 하위 단계에 걸리면 해당 대학은 입학 정원을 대폭 감축하거나 아예 대학 문을 닫아야 한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가 대학으로서는 가장 엄혹한 시절이 될 것이다. 오래전부터 교과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응하여 학내 구조조정을 한 대학들이 지금은 어떤가? 양적으로 입학률이 눈에 띄게 올라간 것도 아니고 대학이 구호만 무성할 뿐 여전히 제자리고 변한 것이 없다. 겉으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식으로 뚜렷하게 변한 것이 없다. 변함없이 노란 얼굴을 내미는 산수유는 아름답지만 대학은 말 그대로 여전히 살풍경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는 현재 진형 형이다. 거기다가 최근 사드 여파로 기업과 관광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후폭풍이 크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업의 거대한 위기 등 대학생들의 취업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대학으로서는 대학생들의 취업을 대학과 그 구성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맞대응할 대안과 전략은 없다. 최근 삼성전자가 고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정부가 쏟아 부은 돈으로 고용효과가 있었지만 절반의 효과만 냈을 뿐이고 그것도 인턴 등 불안정 고용에 머물렀을 뿐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여 대선 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점치지만 전문직 대 일반직이라는 고용의 양극화만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노란 얼굴을 내밀던 꽃들을 꽃샘추위가 내리치고 있다. 꽃샘추위가 물러가면 봄은 찾아오겠지만 된서리를 맞은 대학 졸업생 청년 시장의 고용 현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학과를 줄 세워 없애는 학내 구조조정보다는 대학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또 다시 강의실을 찾을 학생들과 제자들의 인생에 더욱 밀착하려고 하는 노력이 더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