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두 분이 늦게 오시거나 안 들오시면 굉장히 불안감을 느낀다. 계속 시계만 쳐다보며 언제 올지 기다리고 낮에 봤던 TV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밤늦게까지 계속 보게 된다. 그렇게 기다리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얼른 달려가 맞이한다.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보고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면 그 당시 늦은 밤까지 부모님을 기다리며 잠 못 이루었던 기억과 정서가 떠올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88년 스가모 아이방치사건이 모티브가 이 영화의 모티브다. 실화를 검색해서 읽으면 너무나 끔찍하다. 아이들을 버리고 다른 가정을 꾸린 어머니와 3명의 동생들을 책임지고 보살펴야 했던 장남이라는 영화의 큰 맥락만 실화와 같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실화의 잔인하고 슬픈 부분을 아름답게 연출한 감독의 능력이 돋보인다. 특히나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하고 떠나간 시간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 깊다. 엄마를 떠올리며 열심히 색칠했던 유키의 크레파스는 흐른 시간만큼이나 닳아져 몽땅 연필보다 더 작아지고 엄마가 발라준 빨간색 매니큐어가 점점 벗겨져 희미해지는 교코의 손톱은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폐쇄된 공간에서 흐른 시간만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 장면의 이면에는 엄마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이제 엄마가 자신들 곁에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체념한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영화 스토리와 연출도 인상 깊지만 그것을 잘 표현해 낸 아역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더 높여준다. 특히 아키라 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의 연기력은 굉장히 인상 깊다. 엄마와 있을 때 아이같이 순수한 눈빛을 가졌던 아키라는 엄마가 자신과 동생들을 두고 떠나자 실망한 눈빛과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영화를 통해 야기라 유야는 칸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당시 연기를 처음 해 본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1년 간 촬영을 하며 아이들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영화배우 최민식도 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인 야기라 유야의 눈빛에 반했다고 한다.

 연출과 연기, 스토리도 완벽했던 이 영화는 그렇다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영화에서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맨션의 주인 부부는 강아지를 키운다. 그리고 그 강아지를 끔찍이 아낀다. 아키라가 없는 사이 아내는 밀린 월세를 받기 위해 아키라의 집에 찾아온다.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고 더러운데도 “엄마는 어디 가셨니?”만 묻는다. 교코가 “일이 있어서 오사카에 가셨어요.” 라고 답한다. 그리고는 집안을 둘러보며 강아지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집을 나선다. 또 아키라가 밖에서 어울린 나쁜 친구들에게 집으로 놀러오라고 했을 때 거절한 후 다른 친구에게 “쟤 집에서 쓰레기 냄새나”, “더러워”라고 얘기하는 장면을 보면 사회에서도 이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주지 않고 무시하거나 무관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점점 이웃과 주변인에게 무관심해지고 멀어지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실화라서 더 안타까운, 영화를 통해 아름답게 연출되었던 것들. 주변의 것들은 변함없이 잔잔하게 흘러갔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변해갔다. 영화를 볼 땐 슬프지만 보고 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다. 처음 바깥으로 나온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이 뇌리에 남는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보기가 두렵다.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