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3일, 군인권 센터를 통해 충격적인 내용이 밝혀졌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육군 중앙 수사단(이하 중수단)이 올해 초 정보통신망법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의자가 동성애자임을 우연히 인지하고, 이를 통해 파악한 또 다른 동성애자 군인들을 추궁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확대해왔다는 것이었다. 중수단은 군대 내 동성애자들을 ‘색출’하듯 마구잡이식 수사를 벌였고 별다른 물증 없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식별'해 수사대상에 올렸다는 것. 이를 본 성소수자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대통령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학가에서 ‘나도 잡아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졌다. 우리 대학도 몇 주 전부터 단대에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대자보들이 붙여졌다. 일부의 대자보에는 우리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홍보 스티커가 부착되어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본지는 우리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QUEST>의 대표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QUEST 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학우 여러분! 저희 동아리는 올해 3월에 만들어진 신설 동아리입니다. 현재 20명 이상의 정회원이 속해 있으며, 성소수자 간의 친목뿐만 아니라 인권 신장, 가시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성소수자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을 함께 공부합니다.

 

Q2. 동아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목표가 궁금하다.

어디에나 성소수자는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단체도 많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성소수자 동아리는 서울권에 집중되어 왔다. 교내의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직접 만들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대학의 성소수자들은 적극적으로 친목하고 연대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다른 뜻 있는 분들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었고, 두 달간 20명 이상의 부원을 받아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동아리 개설의 모토는 “평등”으로, 성신여대 성소수자 모임의 홍보 문구인 “당신이 누구고, 누굴 사랑하든, 아니든.” 에 의미를 두어 정했다.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 차별받지 않고 당연한 권리를 누리며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Q3. 동아리가 매우 체계적으로 운영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시스템으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가?

인원이 많아지면서 홍보와 대외활동 등 할 일이 많아졌다. 따라서 대표와 부대표 외에 인사부, 홍보부, 학술부, 총무부를 두어 업무를 분담한다. 동아리의 특성 상 서로 존중하고, 동아리 내에서 또 다른 혐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사부 같은 경우 비성소수자나 성소수자 혐오자의 가입을 막고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신입부원의 면담과 기존 부원의 강제퇴출 등을 담당한다.

 

Q4. 최근 우리대학에서도 “나도 잡아가라”는 대자보가 붙여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대자보로 게시물을 떼거나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학교 규정대로라면 승인받지 못한 대자보를 붙이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우리 동아리의 일부 부원들도 대자보를 게시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교내의 성소수자들의 대자보 중 단과대학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는 모두 승인 없이 게시되었는데, 이는 게시물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때문으로 생각된다. 승인 신청을 위해서는 게시자 본인의 학번과 학과, 이름 등의 개인정보가 필요하다. 성소수자임이 밝혀질 경우 각종 혐오와 차별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의 위협까지도 받곤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밝히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또한, 학생회 측에서 이러한 대자보를 승인해줄 지도 미지수다. 게시판 사용에 대한 규칙대로라면 승인되지 않은 대자보는 떼어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승인되지 않은 학과 동아리 홍보지나, 기간이 지난 계절학기 홍보지 등은 관리되지 않고 붙어 있는 상황이다. 그와 반대로 동아리 부원들의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와 동아리 홍보물은 게시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즉각적으로 제거되었다. 이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는 듣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대다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땅에 버려진 대자보는 부원들이 회수하고 있고,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Q5. 2017년 5월 10일자를 기준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 정권에게 바라는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든 국민의 인권을 책임져 주었으면 한다. 모든 소수자의 권리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및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생활동반자법 제정, 외과수술 없는 성별정정과 그에 따른 주민번호 변경 등이다. 세계 인권선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의 사법체계에서,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성 정체성이나 성별 지향성을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법적 가족(배우자)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에 위급상황 발생 시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며, 재산권 행사와 상속에 있어서의 불이익을 받는다. 또한, 성별 정정을 위해서는 굉장히 복잡한 절차와 외과수술의 상당한 고통,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성별 정정을 했다 하더라도 기록이 남는다. 그로 인해 사회생활에서의 큰 불이익을 받으며, 주민번호 변경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제도적·사회적 차별들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성소수자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그렇기에 현 정권이 모든 국민의 인권신장에 앞장서, 소수자를 향한 각종 제도적 차별을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

 

이렇듯 학내에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가 존재한다. 이들이 온전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길 바란다.

 

장보람 기자/김경민 수습기자  qhfkadl2268@daum.net/rudals22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