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치는 교육과정이다. 거기다 대학 혹은 대학교 까지 생각한다면 합해서 14년, 16년이 된다. 체감으로 느끼기에도 숫자만 봤을 때도 학교를 정말 오래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에게 학교란 무엇일까? 우리는 학교를 왜 다니는 걸까?

사춘기가 왔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정말 순수하게 묻는 것이다. 사실 이 질문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물어본 질문이었다. “여러분들은 왜 학교를 다녀요?”, “학교는 뭐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 질문을 들었을 땐 처음에 속으로 ‘왜 저런 질문을 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수업시간이랑 관련 없는 질문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니 굉장히 철학적이고 어려운 질문이었다. 한 번 생각해보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답은 없다.

그러면 여기서 잠시 ‘학교’를 검색해보자. 학교는 사전적 의미로 ‘일정한 목적,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거하여, 교사가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 이라고 나와 있다. 일정한 목적,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거한다. 그리고 교사가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한다. 사실 굉장히 폐쇄적이고 일방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 의미가 정서적으로는 공감이 간다.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을 떠올려보라.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수업을 가르쳤고 학생들은 열심히 받아 적었다. 특히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벌점과 상점 제도로 학생들의 태도를 평가한다. 명찰이 달려 있지 않으면 벌점 1점, 형형색색의 외투를 입고 다니면 빼앗거나 벌점을 준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여학생이 바지를 입으려면 확인증을 끊어서 선생님께 도장을 받고 제출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살펴보면 학교마다 목적과 설비, 제도 및 법규의 내용은 다다르지만 이런 틀을 기반으로 하여 운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에서 저마다 가고 싶은 대학을 목표로 밤 11시까지 남아서 공부를 하곤 했다.

이제 대학 혹은 대학교에 왔다. 그렇게 지옥 같았던 혹은 폭풍 같았던, 미성년자의 시절을 보내고 조금 더 큰 범위의 대학‧대학교에 진학했다. 수업방식은 그 전과는 많이 다르다. 자유롭고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수업을 빠져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면 날 기억해서 좋았지만 이젠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부르면 두렵다. 이제 환경도 바뀌었고 본인의 의지와 판단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가끔씩 드는 생각이 있다. 대‘학생’이고 ○○ 대‘학교’에 재학 중인 건 사실인데 학교라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를 왜 다니고 있는지 등의 고민이 더욱 더 커진 것이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학문에 대한 깊고 성찰적인 탐구, 특히 대학교는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타이틀의 빛이 바래진 것도 좀 오래되었다. 점점 의무화가 되고 당연하게 가야하는 곳이 되었다. 스스로도 요즘 이런 마음가짐으로 학교를 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 학교를 다니고 싶다. 여기서 재미는 단순히 생각 없이 놀고 싶다는 의미가 아닌 정말 학교라는 현실적이고 치열한 교육의 장에서 공부나 다양한 활동으로 즐겨보고 싶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만큼의 제도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학생과 학교 사이가 상호작용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나에게 학교라는 의미도 긍정적이고 재밌는 곳, 단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