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가게나 물건이 최근에는 사라지거나 다른 형태로 개조되어 우리 주변에 남아 있다. 그중에 ‘동네 서점’이 있다. 몇 년 사이 동네서점은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형서점의 확장과 온라인 서점의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네서점은 하루가 멀다고 문을 닫는 곳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표한 ‘201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서점 수는 3429개에서 2116개로 38.3%(1313개) 감소했다. 그런데도 최근 이색적인 형태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동네 서점들이 눈에 띄고 있다. 바로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마을 책방인 ‘서재를 탐하다.’ 라는 곳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적 관점에서 벗어나 동네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림, 소품 등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는 것이다. 또한, 정기적으로 작가들과 토론 모임을 진행하는 소규모 단위의 행사를 개최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본지는 이 서점에 방문해 서점의 주인인 김정희(40)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그는 2016년 6월에 서점을 열었다. “처음 ‘서재를 탐하다’를 열기로 마음먹었을 때 슬로건 하나를 생각했어요 바로 '책과 삶을 잇다'였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 책을 매개로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동네 아이들이 함께 책모임을 하는 걸 꿈꾸었어요. 현재 그렇게 매주 매달 독서모임이 열리고 있고요. 오가며 자연스레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조용할 때는 혼자서도 내 서재처럼 이용하며 '나만의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라고 말했다. 김정희 씨는 서점이 동네 주민들에게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꿈꿨다. 그의 바람처럼 시간이 지나 현재의 ‘서재를 탐하다’는 동네에 없어서 안 될 장소가 되었다.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장소가 되었지만,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정희 씨는 “서점 운영은 나의 노동력만큼 보상이 따라오는 일이 아님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분명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 공간을 꾸려가려는 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 장기간 유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그것이 일이 되어 의무감에 짓눌릴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일이 가장 필요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서재를 탐하다' 사진 (출처-김정희 씨)

그렇다면 김정희 씨가 생각하는 서점의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책만 팔았던 서점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주인장의 성격과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도 서점인 것 같습니다. 요즘 생기는 작은 서점들이 만들어가는 무형의 가치들은 다시 지역에서 전국으로 그 영향이 순환되는 느낌이 들어요. 긍정적인 현상이라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판시장은 사양산업 중에 하나이다. 책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없었더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책을 통해서 자아를 확립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일상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든 요즘 시간을 내어 동네 근처에 있는 서점을 들러 책을 사고 읽으며 본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