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2014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13부작 다큐멘터리로 새롭게

박규준(교육대학원) 교수

제작된 이후 국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요즘 <코스모스>는 교양서적으로 책읽기뿐만 아니라 특강, 팟케스트, 영상자료, 방송 등에서 전문가 그룹을 포함한 일반 대중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되고 있다.

최근 방송된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에서 대중가수인 이상순은 제주도 집에서 배를 깔고 누워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을 읽었다. 그리고 제주도의 맑은 밤하늘에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별을 보는 이효리와 아이유의 추억 속 감성과 연결되었다.

작가와 방송활동을 하는 유시민은 저서, 특강, 방송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을 추천한다. 그는 이 책에 대해 “내가 읽어본 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문학 향기가 나는 과학책이며 가장 아름다운 과학 향기가 나는 문학책이었다."라고 기억하고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을 번역한 홍승수 교수는 󰡔나의 코스모스󰡕에서 ‘천문학을 주제로 한 단순 교양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오늘 우리 사회 전반에서 회자되는 융합적 사유의 한 전형”으로 소개 하면서 “지구 문명의 미래를 염려하는 칼 세이건의 깊은 고뇌와 함께 그의 인류애”를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들에게 전해진 <코스모스>의 의미는 분명 과학적 지식만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공감하는 별 이야기, 별을 통한 자연 이야기, 별과 자연 속에 존재하는 인간 이야기이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우주와 자연,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와 연결하여 들려준다.

칼 에드워드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11.9.∼1996.12.20)은 미국의 천문학자, 천체화학자, 천체물리학자이다. 1960년 시카고 대학교에서 우주 생물학으로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했고,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 천문대에서 천체물리학자로 있었다. 1968년에는 코넬 대학교 행성연구소 소장 및 종신 교수가 되었다. 1960년대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미국이 수행한 금성과 화성, 목성으로의 무인우주비행 임무인 마리너 탐사선, 바이킹 탐사선, 보이저 탐사선, 갈릴레오 탐사선의 행성 탐사 계획에 실험 연구관으로 참여했다.

세이건은 과학 전문 저술뿐만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대중저술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1961년 처녀작 '화성과 금성의 대기', '라이프 인간과 과학 시리즈', '다른 세계들', '지구의 속삭임: 보이저 금제 음반', '에덴의 용: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브로카의 뇌: 과학에 대한 낭만에 대한 생각', '코스모스', '혜성', '콘택트', '창백한 푸른 점: 우주에서의 인류의 미래에 대한 통찰' 등 27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리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973년 텔레비전 프로인 ‘투나이트 쇼’에 출연하였으며 1980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시리즈《코스모스Cosmos: A Personal Voyage》의 제작자이자 해설자로 명성을 얻었다. 《코스모스》는 다큐멘터리와 함께 책으로도 나왔다. 당시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 13부작은 60여 개국 5억 명이 시청하였고 에미상과 세계적 권위의 국제상인 피버디상을 수상할 정도로 성공하였다. 그리고 세이건은 또 냉전시대의 산물인 핵무기 경쟁이 인류에게 제기하는 위협을 깊이 인식했다. 1980년대 핵전쟁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리처드 투르코와 함께 핵전쟁의 재앙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경고하는 책 '핵겨울'을 공동집필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코스모스>는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교양서를 넘어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승수는 <나의 코스모스>에서 <코스모스>에 실린 인용문의 출처와 성격을 분석하였다. <신화와 역사, 동양 고전: 13>, <외계 생명과 외계 문명: 11>, <철학, 문학, 예술: 9>, <천문학, 우주론, 다윈 진화: 8>, <종교, 과학 일반: 7>, <인류와 지구 문명의 미래: 4>로 비중을 분석하였다. 전체적으로 󰡔코스모스󰡕는 풍부한 인문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주와 지구의 미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인류의 역사성, 사회성, 현재성, 주체성의 관점에서 지구를 포함한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코스모스>는 방대한 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는 것에 비해 친밀하게 읽힌다. 이것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서술방식 때문이다. 전체 구성이 우주에 대한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완결된 구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듯이 서술되고 있다. 또 칼 세이건의 개인적 경험을 곳곳에 삽입하여 수필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이 서술한다. 대표적인 것이 <제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어릴 적 경험을 통해 별에 대한 호기심과 연구의 출발점을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어린 세이건은 ‘멀리서 반짝거리는 별들을 올려다보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그것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져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하늘의 불빛이지, 꼬마야.”라고 대답해 줄 뿐이었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 그 정도는 어린 세이건도 아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떠돌아다니는 작은 등? 무슨 이유로 떠돌지? 그는 별들을 불쌍하게 보기까지 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부모에게서 처음으로 도서관 카드를 받은 세이건은 85번가의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별stars에 관한 책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사서는 클라크 게이블, 진 할로 등의 남녀 사진이 담긴 그림책을 가져왔고, 그는 그런 책이 아니라고 했고 사서는 다른 책을 찾아 주었다. 어린 세이건은 그 책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별이 태양이고 태양도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이고 별과 다른 것은 그저 우리와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구가 하나의 행성이며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과 태양계에는 다른 행성들도 있고 그들도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성 중 어떤 것은 가까이서, 또 어떤 것은 멀리서 돈다는 것이다. 행성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단지 태양의 빛을 반사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놀라운 사실에 어린 세이건은 의문과 희망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별들도 아직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행성들 중 몇몇에는 생명이 살고 있지 않을까? 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어? 그 생물은 물론 브루클린의 우리와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때부터 그는 천문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별과 행성들에 대해 공부하고 가능하다면 그곳들을 방문해 보겠다고 결심했다.

이 일화는 <코스모스>의 전체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고대 인류가 별에 대해 처음 호기심을 갖게 되고 연구하게 된 계기, 고대와 근대에 이루어진 별에 대한 인류의 연구 결과, 멈추지 않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도전 의지, 그리고 미래 지구와 인류의 꿈과 희망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코스모스>는 별에 대한 인류의 연구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코스모스에 대한 인류의 연구는 기원전 300년 경 알렉산더 대왕이 건설한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지구도 하나의 행성으로서 여타의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으며, 별들이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흔적은 모두 소실되고 지구는 네모나고 돌지도 않는다고 인식했다. 그 후 2,000여 년이 지나서야 지구는 다시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근현대의 우주에 대한 연구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요하네스 케플러, 아이작 뉴턴, 에드먼드 핼리, 윌리엄 허긴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졌으며 현재 달, 화성, 목성, 토성 탐사선에 의해 구체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칼 세이건은 고대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지동설, 2000년 동안 유지된 천동설, 다시 근대에 지동설로 전환되어 온 과정에서 당대의 사회와 종교를 문제 삼는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탄생과 별의 일생 이야기, 46억 년 전 지구의 탄생과 40억 년 전 생명의 탄생, 화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유무,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 인류의 행성 탐험의 역사, 혜성 충돌과 금성, 화성, 목성, 토성 탐험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구의 존재 방식과 현실 사회 문제를 설명한다. 지구는 무한한 존재가 아니며 혜성과 운석이 충돌하여 지구가 언제 소멸할지도 모른다. 푸른 별 지구가 인간의 잘못으로 화성과 금성처럼 인간이 살수 없는 죽음의 지옥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가늠하고 그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고 인류는 노력한다.

이처럼 <코스모스>는 자연의 객관적 사실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이 맺고 있는 정치, 사회, 문화, 인류의 주체적 노력 등을 설명하고 지구와 인류의 나아갈 방향과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