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김혜준(안양예술고 3)

바람이 굴참나무 가지를 흔들면

뒤축을 깁는 망치질 소리가 난다

구두수선 입간판 대신

이름 세 글자를 내건 할아버지의 구둣방

굴참나무 가지마다 반질하게 광낸 이파리들 내걸려있다

손톱 사이 구두약이 거뭇하던 손가락

지금은 푸른 신발들을 걸어두고

먼 길 준비하는 새들의 밑창을 갈아주는 중일까

후두둑

뽑힌 구두굽이 도토리껍질로 떨어진다

한 평 남짓한 구둣방에서 늘 굽어있던 어깨

결린 마디마디를 버리고

사방으로 뻗은 그림자를 입는 할아버지

새들은 발에 꼭 맞는 한 켤레 잎을 고르려고

자주 굴참나무에 들었다 날아가고

하루를 걸어 능선에 다다른 석양도

뒷굽을 갈아 신는 시간

굴참나무 그림자 안에 들면 어디선가 그리운 구두약 냄새

어스름을 타고 점점이 번져온다

망치를 놓고 움츠린 어깨를 펴는 굴참나무

수선을 마친 몇 켤레의 이파리가 우수수 쏟아진다

수상 소감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요즘, 수시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가 대구대학교 공모전에서 입상했다는 소

식을 들었습니다.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막막할 때가 많았는데, 마지막으로 응모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열심히 했다는 의미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투른 점이 많은 제 시를 읽어주시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를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김유미 선생님과 문예창작과 32기 친구들, 특히 지난 2년 동안 시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던 시A파트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시는 부모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로 써낼 줄 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시를 놓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