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서 두 가지를 느꼈다. 김지영씨가 겪었던 학창시절 이야기에 크게 공감한다는 점과 필자 역시 또 다른 김지영씨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영씨 에게 묻고 싶었다. “지영씨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요?”
 먼저 김지영씨가 겪었던 학창시절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했다는 것은 학창시절이 생각날 만큼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남학생이 여학생을 심하게 괴롭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괴롭힘을 당한 여학생이 너무 싫다고 정색을 하면서 말하면 대다수의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야 걔가 그러는 이유가 뭐겠어?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라니깐.” 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 없이 샤프를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거나 갑자기 팔을 세게 때리며 시비를 걸어도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괴롭힘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학생에게 주입시켰다. 필자가 아직까지 잊혀 지지 않는 아니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남학생이 대놓고 여학생들에게 “여자새끼들 존나 짜증나네”, “아 여자 년들 시끄럽다.” 라며 여학생들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반 전체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을 때 여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 그 여학생을 노려보거나 여학생들을 쳐다보며 툭 던진 말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초등학교 교실에는 여전히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단어가 여전히 난무하고 있으며 거침없이 말을 뱉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생각해보면 남학생의 발언을 지적하거나 그 남학생에게 자신이 뱉은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왜 없었을까? 초등학교 때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이해할 수 없는 교칙이 있었다. 여학생들은 교복바지를 입으려면 교사의 확인증을 받아야하고 그 확인증을 들고 다니며 확인을 받아야 했다. 내 마음대로 교복 바지를 입지 못하고 치마를 입어야 했다. 겨울엔 다리가 시려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허락을 받지 않고 바지를 입으면 벌점을 받았다.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는 교칙이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니 아쉬움과 화, 안타까움이 진하게 마음에 남는다.
 그러나 비슷한 경험에서 느낀 감정보다 더 진하게 남은 건 필자 역시 또 다른 김지영씨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함이 느껴진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이게 실화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지난 달 <“육아 해결할 길 없어 일 포기” 82년생 김지영들의 좌절> 이라는 한겨레 기사에서 우리 주위의 김지영씨 사례와 사회적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남성 직원보다 임금이 낮고 직장 내 성희롱이나 차별적 기업문화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어쩔 수 없이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 결혼·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있었다.

“그래도 지영아,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얻게 되는 걸 생각해 봐.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야. 그리고 정말 애 맡길 데가 없어서, 최악의 경우에, 네가 회사 그만두게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질게. 너보고 돈 벌어 오라고 안 해.”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데?”
“응?”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82년생 김지영 中」 - 조남주 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혼을 하면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해도 직장에서 눈치가 보인다. 마음을 굳게 먹고 워킹맘의 삶을 살아가도 아이에게 신경을 못 쓰는 거 같아 죄인이 되는 기분으로 현관문을 나서야 한다. 이런 여성의 삶이 바뀔 수 있을까? 확실한 해결책이나 조언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상태에 머물면서 변화를 바랄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불평등함에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했던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더 이상 참지 않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을 점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인 것이다. 앞서 지영씨에게 한 질문에 스스로 답해본다. “지영씨 우리도 바꿀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