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교육부가 나서서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취업률을 활용하고 있을까. 그래서일까 대학들 중에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높은’ 취업률이 꼼수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취업통계조사 실태를 점검해 취업률 꼼수를 부린 대학을 발표한 일이 있다. 어떤 대학은 교육부의 취업률 집계 기준일을 앞두고 교내 조교를 모두 졸업생으로 채용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어느 한 두 대학만의 일일까. 취업률 꼼수를 부린 대학, 어쩌면 한국 대학의 현주소일 수 있다.

취업률은 더는 대학과 학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지 않아야 한다.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은 학생들에게나 학생의 부모에게나 학과 교수들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업으로 살아간다. 대학은 자기의 업을 찾는 학교이다. 교수는 학생들이 그 업을 찾을 수 있게 지원하고 조언하는 업의 교사이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은 각자 자기의 진로를 고민하고 조언받는 일로 이번 학기를 보내고 있다. 졸업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복수전공에서 자기 진로를 모색하는 학생이 있다. 본인이 취업을 원하는 업체에서 진행된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도 있다. 취업처의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학생도 있었다. 장기 과제에 해당하는 취업 진로를 모색하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취업처의 지원을 받는 학생도 있다. 이렇게 우리 4학년 학생들은 각자 자기 진로를 부지런히 모색 중이다.

이 모든 과정과 절차를 간과해버리고 오로지 취업‘률’로만 대학과 학과를 판단하는 현재의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은 이제는 폐기되어야 한다. 취업률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은 심하게 말하자면 사기극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대학구조개혁정책에서 취업률은 대학 평가와 구조개혁의 결정적 지표였다. 그 결과 우리대학의 질적인 수준이 향상되었을까? 그렇지는 않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취업률 정책은 대학으로 하여금 꼼수를 부리게 하고 교육부와 정부의 과제를 대학에 떠넘긴다는 점에서 대국민 사기극의 절정이다.

지난 해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우리나라 국민들의 촛불 혁명은 대학이 대학다워지기를 바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취업률은 교육부와 청와대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이 자기의 업을 치열하게, 행복하게 모색하는 업의 학교로 역할을 하면 된다. 업에 대한 태도와 준비는 우리 학생들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대학구조조정과 연계된 취업률 정책은 더는 아니다. 취업률, 더는 대학과 학과를 평가하는 지표이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의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취업률은 이름을 바꾼 대학기본역량진단에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이건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