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번 겨울에 스코틀랜드 지역의 에든버러를 방문하여 애덤 스미스 동상과 애덤 스미스 묘소를 찾아 봤다. 스코틀랜드는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북쪽 1/3을 차지하며 남쪽으로는 잉글랜드와 마주한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이 네 지역이 합쳐진 연합왕국(United Kingdom)이다. 영국의 역사는 잉글랜드가 주도하여 나머지 세 지역을 병합한 과정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 왕국은 1706년 12월 31일까지는 독립 왕국이었으나 1707년 연합법으로 잉글랜드 왕국과 연합왕국을 이루어 그레이트브리튼 왕국이 되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영국민의 정체성과 함께 스코틀랜드인의 정체성도 함께 가지고 스코틀랜드 지역 출신 인사들을 기리고 있었다.

▲ 사진 - 본인 제공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누구인가? 우리에게 《국부론》(1776)의 저자로 잘 알려진 애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정치경제학자이자, 도덕철학자이다. 1723년 스코틀랜드 커콜디(Kirkcaldy)에서 세무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14살에 역시 스코틀랜드의 가장 큰 도시이자 영국 내에서 세 번째로 큰 대도시인 글래스고의 글래스고 대학교에 입학하여 윤리철학을 공부하고, 이어 잉글랜드 지역으로 내려가서 옥스퍼드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였으나, 옥스퍼드대의 생활에 실망하고 옥스퍼드 대학 도서관에서 그리스 고전 등을 자습한 후 자퇴하였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1748년에 에든버러 대학에서의 공개강의에서 주목받은 이후, 1751년 글래스고 대학 논리학 강좌의 교수가 되었다.

애덤 스미스의 저술은 《도덕감정론》(1759,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과 《국부론》(1776) 딱 두 권이다. 애덤 스미스는 죽을 때 유언으로 자신의 초고를 모두 불태우게 하여 유고가 남아 있지 않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국가 부의 본질과 원천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어떻게 하면 한 나라가 부유하고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책이다. 오늘날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이라던가, 시장의 지배를 주장하는 시장 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 실상 이 단어는 단 한번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가 고민한 것은 단순히 시장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 속에서 지배적인 중상주의를 비판하는 논리였다. 중상주의는 국가의 부는 금·은의 양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금·은의 양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상업에서 획득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당시의 지배적인 대 상인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애덤 스미스는 이에 반대하여 국가의 부는 ‘노동’, 즉 생산과정에서 증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국가의 부를 결정짓는 것은 노동, 또는 인구의 양과 그 노동자가 한 시간에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는가라는 노동생산성의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놀라운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기업 활동에서 제일 중요한 생산요소는 노동이며, 이 노동생산성이 얼마나 높은가에 의해 기업의 이윤과 투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찰이 오늘날의 경제에서도 지배한다는 점에서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고용이 늘어야 하며, 그 노동자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결론에서 멈추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노동의 생산성은 분업에 의해 가능하다는 관찰을 통해서 그러한 공장에서의 분업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질문한다. 그의 결론은 공장의 분업은 사회적 분업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의 분업은 시장이 발전함에 의해 깊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장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생각은 단순한 시장 만능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의 혁신을 이해하는 경로였던 것이다. 물론 애덤 스미스가 시장을 생산성과 연관해서만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이 이기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는 점을 통찰했으며 이 이기적인 욕망이 자본주의적 축적의 원천이라는 점도 이해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이기심이 어떻게 사회와 조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며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해도, 공감 능력과 같은 인간의 또 다른 특성에 의해 사회의 조화가 달성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졌다. 따라서 애덤 스미스에 있어서 시장은 인간의 이기심과 공감이 조화되는가라는 문제를 이해하는 지점이기도 했고, 분업을 통해 생산성이 증가하는 경로이기도 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시장 찬미론자라는 해석은 《국부론》에 대한 일면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국부론》에서 대자본의 사적 이익을 비판하는 아래와 같은 구절을 읽어보면 오늘날 시장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재벌의 횡포에 대해서 애덤 스미스가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높은 임금은 가격을 상승시키고, 그것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자신들이 상품이 잘 팔리지 않게 되는 나쁜 결과에 대해, 우리의 상인과 제조업자는 크게 불평한다. 그들은 높은 이윤의 해로운 영향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얻는 이득의 해로운 영향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들은 타인의 이득에 대해서만 불평하는 것이다” (《국부론》)

애덤 스미스가 중상주의의 개입주의를 비판하고 자유 시장을 지지하였지만 그 맥락은 중상주의가 대상인과 대자본가를 위한 것일 뿐 실제로 국민의 부인 국부를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이다. 애덤 스미스는 배타적 특권과 독점과 반대되는 자유경쟁이야말로 사회의 이익에 더 맞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읽는다면, 단순히 자유방임 대 국가개입의 쟁점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이익이냐 일부 소수 독점 자본가의 이익이냐의 문제로도 해석될 수 있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국부론》의 핵심 중 하나는 제1편에 나오는 ‘분업’의 원리와 ‘노동(임금)’이다. 스미스는 분업이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온갖 사람들이 지닌 천부적인 재능의 차이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 직업이 다른 성인들은 천부적 재능에 따라 크게 구별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차이는 대개 분업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결과’이다”고 말한다. 습관, 교육, 풍습 등의 후천적 환경에 의해 차이가 발생한다는 스미스의 인간관은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이념과 직결된다.

이와 같이 《국부론》은 시장 경제의 교과서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시장 경제의 밝은 면만 밝히는 일면적인 책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태동기에 저술된 이 책은 시장 경제의 미래를 밝힘과 동시에 그 어두운 면을 사전에 경고하는 듯하다. 모든 고전이 그렇듯이 《국부론》 역시 단순하게 재단하여 이해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국부론》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끈기를 가지고 《국부론》을 직접 읽어본 후 이에 관해 토론해보는 것이다. 《국부론》을 직접 읽고 나면 《국부론》에 대한 모든 해설서들이 한 수 아래로 보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