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투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대학 내에서도 성폭력 폭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오티 중 신체 일부를 더듬고 SNS 대화방에서 여성을 품평하며 성희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등 충격적인 내용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경 한국 성폭력 상담소 소장은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온갖 형태로 자신의 피해를 말해왔다”라고 말했다. 본지는 성폭력 발생 시 어떻게 대응을 하면 좋을지 DU인권센터 이진숙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대학생활을 하다보면 술자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성폭력 문제가 대두가 되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가?
A. 대학을 비롯한 학교환경에는 아직도 곳곳에 위계문화적인 속성이 잔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학생이나 교직원 그리고 교수 모두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다. 본인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의도적으로 또는 성폭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에 성폭력에 노출되게 되면 우선은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한 폭력이 상당한 인권침해행위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학내의 관련기구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피해자 스스로가 그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꼈을 때, 어떻게 가해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가?
A. 성폭력은 일반적으로 친밀한 관계, 예를 들어 서로 알고 있는 선후배나 교수·학생 간, 또는 동기들 간에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성폭력이 발생되어도 정도가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장난이나 단순한 행위로 인식하고 문제제기 없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폭력이 발생되면 피해 당사자는 어렵겠지만 가해자에게 그것이 부당한 폭력임을 명확히 표현해야 폭력의 수위가 더 강해지는 것을 멈출 수 있고,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즉각적인 의사표현이 어려울 경우에는 그 자리를 신속히 벗어나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Q. 최근에는 대학가 사이버 성희롱이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또한 처벌이 가능한가? 만약 그런 피해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가?
A.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의 특성 때문에 누구든 쉽게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을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 ID나 닉네임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ID는 사이버 상에서 사용하는 자신의 이름으로, 음란한 용어나 욕설이 포함된 단어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두 번째,개인 신상정보는 함부로 공개하지 않고, 최소한의 것만 기입하고 비공개로 한다.

세 번째,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의 사진, 성별, 나이, 취미, 성격, 직업 등 많은 것들 을 위장하고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여러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것이 좋다.

네 번째,출처를 알 수 없는 메일이나 쪽지는 열지 않고 바로 삭제한다.

다섯 번째,의심스런 활동이나 자료를 접하면 신고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상에서의 잘못된 활동은 처벌받을 수 있다. 음란물을 공유하거나 배포하는 것,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나 명의를 도용하는 것,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 음담패설이나 욕설을 하는 것,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잘못된 정보를 온라인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동은 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타인에 대한 장난이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알고, 현실에서처럼 상대방을 존중하도록 한다.

온라인 상의 음란물 유통이나 사이버성폭력이 발생되면 관련 메일이나 쪽지, 대화내용 등을 캡처하여 증거자료로 사이버수사대를 비롯한 관련기관에 신고하면 처벌이 가능하다.

Q. 혹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성폭력이 있는지.
A. 우리 사회는 위계적인 군대문화와 수직적 질서에 익숙해져 있어서 폭력에 민감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를 통한 성폭력이나 컴퓨터 화면에 제시되는 음란장면 또는 사진 등으로 가해지는,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폭력에 대해서는 폭력이라 여기지 않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행위에 노출되는 당사자가 불쾌하고, 부당하게 생각하고,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모든 행위는 폭력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Q. 성폭력을 당하면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성폭력을 겪었다면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게 좋을까?
A. 성폭력은 은폐되기 쉬운 범죄이다. 피해자는 그 수치심과 상처로 인해 성폭력의 피해를 타인에게 알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성폭력의 빈도가 늘어나고, 성폭력의 강도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어렵겠지만 관련 기관에 즉각 알리고, 신속한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Q. 만약 친한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그런 일을 겪어서 본인에게 털어놓는다면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A. 성폭력의 상처는 평생 마음에 남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후유증을 수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 중 누군가가 성폭력에 노출된 사실을 알게 되면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피해자의 상처 회복을 위한 도움은 물론이고, 후속조치를 위한 신고 등 대응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들은 학생생활 상담센터에 신고 또는 상담을 하면 심리정서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가해자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경찰조사가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수치심이나 괴로움을 느꼈다면 어떤 기관에 그 심정을 이야기하면 좋을까?
A. 경찰들은 자체적으로 인권지침을 따라 수사를 진행하게 되어 있지만 조사과정에서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피해학생은 우리대학 내에서는 학생생활 상담센터, 지역사회에서는 성폭력상담소나 관련 단체 등에 알리고, 조사기관의 조정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