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지난 달 897호에 보도한 「대통령 개헌안 발의, 한번 파헤쳐 보자!」 에 이은 후속기사입니다.

▶ 개헌, 31년 실패의 역사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담은 9차 헌법 개정 이후 개헌 논의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개헌론이 본격 등장한 것은 개헌 3년만인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김영삼(YS) 총재·김종필(JP) 총재가 3당 합당을 하며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기로 각서를 쓴 일이다. 당시 YS가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내각제 개헌은 무산되었다. YS는 비공개 내각제 합의 각서를 공개하고 당무 거부를 선언하며 칩거했고, 결국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각제 포기를 약속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둔 당시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JP는 후보 단일화 조건으로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내각제 소신이 있는 JP,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DJ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DJP 연합이 탄생한 것이다. JP는 DJ가 대통령이 되면 1999년까지는 내각제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그러나, DJ의 국민의 정부는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당시 참여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율과 집권당·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부정적인 견해로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무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집권하면 개헌하겠다고 한 뒤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당시 경선에서 개헌 약속을 하였다. 실제로 2016년 10월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중략)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며 개헌 제안을 하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파문으로 개헌 논의는 수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文 정부 역시 10차 개헌 시도. 그러나 6월 국민투표 무산
2016년 말, 박근혜 정부의 개헌 제안은 수면 속으로 묻히고 탄핵 정국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개헌에 대한 의견은 꾸준히 나왔다. 많은 의견들과 정치적 논쟁 끝에 2018년 2월 13일, 대통령 개헌안 준비 작업을 담당할 국민 헌법자문특별위원회(위원장 정해구) 제1차 전체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헌법자문특위는 다양한 기관·단체의 의견을 모아 2018년 3월 13일 국민 헌법 자문 안을 대통령에 보고하였다. 그리고 2018년 3월 22일 개헌안이 발표되었고 같은 달 26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며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였다.
하지만 야당은 개헌안이 여전히 검찰(수사권조정 및 공수처 신설)·경찰(자치권 보장)·국세청·감사원(독립화 추진) 등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 조직의 인사권을 버리지 않는 제왕적인 대통령제를 담고 있다고 반발하며 반대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과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하던 도중 홍 대표가 잠시나마 개헌안 철회를 언급하기까지 하였으나 개헌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 뿐만 아니라 국회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개헌안 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이 뒷전으로 밀려났고 결국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는 무산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6월 개헌 좌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 국회-기관-시민단체의 10차 개헌
18대 국회에서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설치됐고, 19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의장실 산하에 헌법개정자문위를 뒀다. 그러나 이들은 강한 추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개헌은 불발됐다. 헌법연구자문위는 5년 단임 이원정부제·4년 중임 정·부통령제 등 복수 개편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고 헌법자문위는 2014년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하였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개헌 넷-정치개혁 공동행동·참여연대·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본인들의 10차 개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헌법이 시장을 따라 가지 못한다며 국가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바꿔야 하며 개념이 모호한 경제민주화를 개정 또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 실장은 1960년대식 경자유전 원칙이 헌법에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이 농업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시대적인 원칙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의문을 제시하였다.

지금의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많은 논의가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분명한 것은 현재 헌법은 30여 년 전 대한민국에 머물러 있고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개헌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발의 개헌안 역시 여전히 논란이 많고, 대통령과 국회의 협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개헌 투표가 또다시 연장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렵사리 시도한 개헌의 동력을 잃지 말고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새로운 헌법이 탄생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