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어느 여름 날, 기자는 총장실이 있는 옛 생명환경대학 건물로 향했다. 성산홀의 잘 꾸며진 사무실을 마다하고 왜 오래되고 좁은 곳으로 옮긴 걸까? 인터뷰에 앞서 여쭤보니 총장은 성산홀을 우리대학의 역사를 보여주고 학생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학생들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자 하는 총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구성원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못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상호 총장의 교육철학과 대학역량강화를 위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주>

 

장보람 기자(이하 기자) : 대구대신문이 이번 호로 지령 900호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대학언론의 현실에 비추어 대구대신문의 역할에 대해 조언 부탁드린다.

김상호 총장(이하 총장) : 학보사가 하는 역할이 다양하지 않은가. 정론을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역할도 한다. 신문사에 자원이 많다면 대학의 교양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우리대학은 민주적인 대학인만큼 학생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맡다보면 그 역할에 국한되다 보니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가 있다. 대구대신문은 발행주기가 길다 보니 속보성을 갖기가 쉽지 않은 점도 어려운 점일 것이다.
이 중에서 특정의 역할에 치중하여야 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은 생각이다. 모두가 다 언론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학생 기자들이 해야 할 것이고, 기자들이 신문사 전통을 이어 가야 할 것이다.
조언을 한다면 독자들이 다음 호를 기다릴 수 있는 신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정성을 많이 쏟아야 할 것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많이 보도해야 하고, 독자들이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잘 경청하고 기획해서 보도했으면 한다.

기자 : 앞으로 4년 동안 대구대학교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인가?

총장 : 총장이 되면 누구나 명문대학을 만드는 게 소망일 테지만 이를 4년 안에 이루기란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우리대학은 당장 내년부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아서 이에 대처해야 한다. 그 첫 1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1년을 버텨야만 그 후 2년, 3년에 대한 계획도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선 각 학과별로 발전계획을 제출하라고 했고 그 계획을 수합하여 9월이나 10월쯤에 공청회를 거친 후 도출된 결론을 가지고 예산 편성에 들어갈 생각이다. 그 다음에 사업을 진행할 생각인데 이 모든 것은 장기적인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4년 후에도 우리대학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것을 최우선으로 할지 고민 중이다.

기자 : 대다수 지방대학의 공통된 문제인데 총장님께서는 우리대학의 중도탈락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듣고 싶다.

총장 :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중도탈락을 하는 이유로 가사 곤란, 학과 불만족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유가 교통문제, 기숙사 문제다.
우선 학생들이 가진 불만을 해소하려고 한다. 학과가 불만족스럽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전에 우리가 학생 친화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계속 설문조사를 했지만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학생처에 학생들의 실거주지를 전수조사 하도록 했는데, 학생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에 맞춰서 통학버스를 배정하려고 한다. 특히 학생들이 통학하는데 있어서 제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달서구, 서구, 북구(칠곡에도 거주하는 학생이 많다) 쪽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간배정이나 노선 등을 학생처에서 조사해서 버스 노선과 시간을 재조정 할 것이다.
다음은 기숙사 문제다. 지난 집행부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신입생 부모님이 가장 궁금한 사항은 대부분 기숙사다. 2500명이 신청하는데 1학년에게 배정되는 수가 1,500명, 2학년에게 배정되는 건 750명, 3학년에게 배정되는 건 500명, 4학년에게 250명 배정된다. 이 말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이야기다. 갈수록 기숙사 배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는 게 당연하다. 비호생활관에서 생활하는 여학생들의 비율을 살펴보면 중도탈락이 거의 없다고 나온다. 기숙사 생활이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중도탈락을 줄이기 위해선 일단 불편한 교통문제와 공간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자 : 총장님께서는 선거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중시하실 것으로 강조하셨는데, 최근 취임 초기에 단과대학 재배치 및 성산대로 경관조경공사 등 재정이 소요되는 일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성원과의 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총장님께서는 어떤 입장인가?

총장 :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사실은 인정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 지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돼야 하는데 방학에 맞춰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까 시간적으로 성급했던 면이 있었다.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자 : 총장님의 대구대학교 교육 비전 및 전략은 무엇인가?

총장 : 우리대학을 생각하면서 늘 떠올렸던 사자성어가 ‘본립도생(本立道生)’이다. 근본이 바로 서면 나머지 길은 자연히 열린다는 뜻인데, 대학에서의 기본은 교육이다. 대학에서 교육은 흔히 전공과 교양으로 나뉘는데 현재까지 우리대학은 교양교육에 치중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전공교육에 충실하려고 한다. 이제껏 비교과교육 같은 활동을 했는데 그것보다는 기본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기초가 충실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과가 힘이 있어야 한다. 본부 중심의 교육에서 학과 중심의 교육으로 이행한다면 기본이 탄탄한 대학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과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과가 하나의 독립된 기구이어야 하고 학과가 잘 되면 대학의 존립의미에 부합하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산을 편성할 때도 학생에게 투자하고 기초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서 책정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본에 충실하자!’ 이것이 전략이다.

기자 : 기초역량강화를 강조하셨는데, 어떤 효과를 예상하고 있나?

총장 : 기초역량 강화는 앞서 말한 ‘본립도생’과 일맥상통한다. 기초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성과도 더디게 나타난다. 그러나 성과 중심의 공약은 단계적으로는 빨리 나타날 수도 있으나 부실하다. 당장에 어떤 지표를 올리는 데 급급하다보면 전체적으로는 허술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초역량을 강조할 것이다. 학과 중심의 행정체계를 마련해 기초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서 학과역량을 키우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싶다.

기자 :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방침과 관련하여 많은 대학이 수요자 중심의 탄력적이고 유연한 학사운영을 요구받고 있다. 총장님의 생각은 어떻고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총장 : 학사운영을 유연하게 하려면 학과나 학생 개인이 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과가 힘을 가지려면 경직되고 통일된 제도 대신 학과의 다양성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운영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본부가 모든 권한을 갖기보다는 학과에 권한을 나눠주는 방식이 요구된다. 양질의 교육은 교수들이 강의에 얼마나 열정을 다하고, 학생에게 정성을 쏟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ACE 사업 역시 하나의 촉진제가 되었으면 좋겠고, 본예산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기자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린다.

총장 : 수없이 실패하더라도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되는 게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계획하지 않고 이뤄지는 일은 없는 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특히 신입생들은 계획을 세우는 게 아직까진 서투르다. 그 이유는 목표가 없기 때문인데, 목표가 있다면 계획은 자연히 세워진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이루기를 반복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세운 계획들의 한두 개라도 성공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계속해서 좌절하더라도, 실제로 그 계획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계획을 먼저 세우고 이루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학생들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장보람 기자/이가현 기자  qhfkadl2268@naver.com/rkgus79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