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0호 기념 표지 융합예술학부 장진 교수 作

900호 표지 디자인 구성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고민 끝에 장진(융합예술학부 현대미술전공) 교수님께 900호 특집 표지 디자인을 부탁드리자 곧바로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어두운 게 나쁜 건 아니다. ……’

첫 문장부터 강렬한 문구였다.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시였다. 시를 찬찬히 읽던 중 교수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보낸 시 읽어보셨어요?”

“예 교수님 시 내용이 너무 좋아요!”

“그렇죠? 제가 힘들 때 읽은 시에요. 읽으면서 위로가 많이 됐어요. 요즘 청춘들 많이 힘들잖아요. 취업준비 하랴, 공부하랴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거예요. 그 마음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이 시를 통해서 위로를 해 주고 싶었어요.”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청춘들, 그 어둠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거치는 부분이란 걸, 그것이 나쁘지 않고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다만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길 바라는 누군가의 잔잔하고 따뜻한 응원이 우리에겐 필요했다.

‘달빛은 희망!’

문자의 마지막 문장과 보내주신 그림에서 어둠 속을 환하게 밝혀주는 힘찬 달빛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따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부드러운 위로를 받았던 어느 뜨거운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