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민 기자

소통과 중용을 강조하며 지난 5월 당선된 김상호 총장이 취임한지도 어느덧 100일이 넘었다. 권위주의를 내려놓을 것을 천명했던 총장의 그간의 시간들은 어땠을까. 본지는 지난 8월, 총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총장의 대학 운영 계획과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 총장의 구체적인 비전 제시와 뚜렷한 소신은 긍정적인 부분…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대학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시했다. 그동안 전공 교육보다 교양 교육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것이다. 이에 소홀해진 전공교육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학과 중심 정책을 통해 본부가 가진 권한을 분배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성과 중심 공약을 지양하고 당장 어떤 지표를 올리는데 급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 총장의 비전과 소신은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방향을 담고 있다. 총장 취임 이전 후보 시절, 총장 권한 분배를 약속했던 것을 이행하고자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말 뿐이 아닌 행동과 실천을 위한 총장의 노력은 향후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불통 시대 종식’ 약속했던 총장의 불통 논란은 ‘아이러니’
총장은 선거과장에서 ‘불통 시대 종식’을 약속했고 민주화와 자율성이 꽃피는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단과대학 재배치, 성산대로 경관조경공사 등 사업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총장은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안에 대해서 사과했다. 하지만 총장의 핵심공약으로 선거기간 내내 부르짖었던 ‘중용’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스스로가 남은 임기 동안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향후 이 같은 지적이 되풀이 될 경우 총장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총장 취임 석 달 여밖에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칭찬과 비판은 다소 섣부를 수 있다. 총장의 새로운 생각,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고 혁신하려는 모습은 이전 총장과는 다른 모습이기에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새 총장의 행보를 기대하는 이유다. 최근 논란이 된 단과대학 재배치나 성산대로 경관조경공사 진행 역시 총장의 비전과 관련된 일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닥쳐오는 우리대학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고 강한 결단력을 보여야하는 점도 있겠으나 몰아붙이기식 개혁은 성급함이 느껴져 아쉬운 대목이다. 폭주 열차는 탈선하기 십상이다. 구성원 누구든 함께 올라탄 ‘학교’라는 열차가 탈선하기를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학내 의견 수렴에도, 혁신 정책 추진에도 조금만 더 차분하게 차근차근 진행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