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첫 걸음이 땅과 하늘에 한 발짝 닿을 무렵, 언론3사(대구대신문사, DUBS, 영자신문사)는 하계학술탐사에 나섰다. 대마도, 흔히 강태공들의 천국이자 짧은 일정동안 일본을 만끽할 있는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양국 간의 역사적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어 역사적 가치도 높을 뿐 아니라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은 일상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활기차게 만든다.

▪ 쇼핑은 이즈하라, 자연에서 힐링은 히타카츠
대마도는 남부에 있는 이즈하라와 북부에 있는 히타카츠로 크게 나뉜다. 이즈하라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대마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과 면세점이 몰려있다. 이즈하라가 도심의 느낌이 강하다면 히타카츠는 산지 느낌이 강하다. 자연경관이나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고 싶다면 히타카츠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일본 열도에서도 볼 수 없는 동식물이 있어 연구나 자연보호가 엄격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이즈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춘향전을 일본에 전파한 나카라이 도스이, 그의 생가를 찾다.
나카라이 도스이는 대마도 출신 신문기자이자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춘향전을 번역해 일본에 전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카라이 도스이는 생전에 잘생긴 외모와 다정한 성격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일본 5천 엔 지폐의 주인공인 히구치 이치요와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다.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선택한 히구치 이치요는 아사히 신문에서 소설기자로 일하고 있던 나카라이 도스이의 제자가 된다. 다정한 성격의 나카라이 도스이에게 반한 히구치 이치요는 그를 짝사랑하게 된다. 24살이라는 나이에 요절하기 전까지 다른 남성의 고백을 거부하면서 그를 연모했다고 한다. 나카라이의 생가는 그가 태어난 이즈하라에 있으며, 현재는 기모노 체험이나 녹차 시음 체험을 할 수 있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내부에 들어가면 생전에 수집했던 문화 자료나 서민의 풍속화 등이 눈에 띈다.

▪ 전 세계에 ‘일본’을 각인시킨 쓰시마 해전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이곳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일본이 아닌 러시아가 이겼다면 역사가 바뀌었을지 모른다. 러·일 전쟁의 격전지인 쓰시마 해전을 둘러보며 든 생각이다. 당시 열강의 국가였던 러시아와 열강을 꿈꾸며 하루가 달리 세력을 키워가던 일본은 한반도의 지배권을 두고 전쟁을 벌인다.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육상과 해상을 오가며 벌어졌다. 당시 이곳 대한해협에서 일어난 쓰시마 해전은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이를 통해 일본이 한반도의 지배권을 노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당시 일본은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대한해협이 보이는 도노자키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을 향해 가는 중 대마도를 이루고 있는 두 개의 섬을 연결한 ‘만제키바시(만관교)’에 잠시 들렀다. 만제키바시(만관교)는 총 3번을 거쳐 지어졌다. 다리가 처음 지어진 시기는 1900년 일본 해군이 군함을 동쪽 해상으로 이동하기 인공적으로 해협을 정비하면서 만들어졌다.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전 지리적 특징과 이를 이용한 전술 등 자국의 안보를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라 여겨진다. 만제키바시(만관교)가 있는 만제키세토 운하는 5년 후 쓰시마 해전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도노자키 언덕에는 크게 쓰시마해전 승전비, 러시아 병사위령비, 은해의교(恩海義嶠)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일본은 2005년 해전 100주년을 기념하여 승전비를 세웠다. 보통 적을 격파하는 자국군을 용맹하게 묘사하게 마련이지만 이곳의 승전비는 병상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과 그의 곁에 서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병상의 주인공은 당시 러시아 함대를 이끌었던 로제스트벤스키 사령관이다. 그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은 사세보 해군병원장, 일본 제독 도고헤이하치.
종전 후 러시아 병사들은 운항이 불가능한 배를 버리고 이곳 도노자키로 피신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당시 마을 주민들은 부상을 당한 러시아 병사들을 데려가 극진히 치료를 해주었다. 도고 제독은 ‘대마도인의 의를 높이 사야 한다.’는 뜻을 담은 ‘은해의교(恩海義嶠)’ 비석을 세운다. 러시아 병사 위령비는 1912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에 의해 세워졌다. 전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러시아 함대가 격파되어 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쓰시마 해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도노자키 언덕은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일본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곳이었다.

▪ 비운한 삶을 살아간 고종황제의 딸, 덕혜옹주의 결혼 봉축기념비
대마도에는 고종황제의 늦둥이 딸로 태어나 안타까운 삶을 살아간 덕혜옹주의 결혼 봉축기념비가 있다. 최근 영화와 소설로도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던 그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 유학의 길로 떠났고, 그곳에서 대마도 번주의 아들 소 다케시 백작과 결혼하게 된다. 대한제국 황실의 딸과 대마도주 집안의 결혼을 기념하고자 봉축기념비를 세웠으나, 1955년 두 사람이 이혼한 후 소실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남아있는 봉축기념비는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복원한 것이다.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비지만, 덕혜옹주의 불운한 삶을 책이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는 관광객들은 마냥 기쁜 마음으로 반길 수는 없다. 나라를 잃고, 강제로 가족과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덕혜옹주,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대마도 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와타즈미 신사
일본에는 크고 작은 신사들이 많다. 일본 신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신사는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이곳에는 대마도 유일의 용왕신사인 와타즈미 신사가 있다. ‘바닷속 용궁’이라는 뜻을 가진 와타즈미는 천신과 해신을 모셔놓은 신사다. 신사 맞은편에는 일렬로 줄지어 있는 도리이가 눈에 띄는데 그중 몇 개는 바닷가에 세워져 있어, 물이 빠지면 갯벌을 통해 도리이로 걸어갈 수도 있고, 바닷물이 차면 나름의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와타즈미 신사 내부엔 가족과 지인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할 수 있고, 붉은 통에 100엔을 넣어 운세가 적힌 종이를 뽑아 자신의 운세를 점칠 수도 있다. 또한, 산속의 산책길이 나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안정된 마음을 찾기 위해 방문하는 신사로 유명하다.

▪ 일본인도 사랑하는 ‘마우다하마 해변’
마우다하마 해변은 대마도 북편에 자리한 가미쓰시마초에 속해있는 모래해변이다. 남태평양의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를 자랑하는 이 해변은 1996년 일본의 풍경 100선에 선정될 만큼 일본 내에서도 아름다운 장소다. 대마도에서는 보기 힘든 고운 입자의 모래 해변으로 이국적인 바다색과 더불어 바다에 작은 섬들이 자리 잡고 있어 풍광이 아름답고, 배로 입도하는 인원이 정해져있어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편안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캠프장 등 편의시설들이 잘 갖추어져있고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다. 무차별적인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문어, 성게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안식처로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해변이다.

대마도를 즐기는 법은 개개인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낚시와 쇼핑을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대마도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대마도에는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바다와 숲, 향수에 젖게 하는 마을과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이 남긴 한국과 일본 양국의 아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 역사와 자연 속에서 언론3사 탐사단은 짧지만 의미 있었던 1박 2일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