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PINK TAX(핑크택스)를 아십니까’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핑크택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PINK TAX'란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보다 더 비싸거나 질이 낮은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청원을 게시한 시민은 "최근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갔더니 여성 커트는 1만 8000원으로 남성과 비교해 6000원 가량 더 비쌌다. 여성이란 이유로 남성과 별 차이가 없는 스타일이었음에도 더 많은 돈을 내야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헤어커트와 펌, 염색 서비스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매겨져 있으며, 화장품 역시 같은 제품이여도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비싸다.

▶ 분홍색은 사치의 색?
전 프랑스 여성부 장관 파스칼 부아스타르는 프랑스 사회에 “분홍색이 사치의 색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트에서 핑크색 일회용 면도기가 1개에 1.93달러인 데 반해 파란색 일회용 면도기는 10개에 1.85달러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뉴욕시 소비자보호원이 90개 브랜드, 800개 제품의 남녀 용품의 가격 차이를 비교한 결과 여성용이 남성용 제품보다 평균 7%, 최대 13%가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뒤이어 영국에서도 업체와 성능 규격이 동일한 물품을 두고 조사한 결과 여성용품이 남성용품보다 최대 두 배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 총파업, 행동이 사회를 만든다.
한국에서도 여성이 소비의 중요한 주체임을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여성 소비 총파업'이 지난 7월부터 매달 첫 주 일요일에 실시되고 있다. 8월 5일 일요일 두 번째로 진행된 여성 소비자 총파업은 “노동의 주체는 소비의 주체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있다. 소비총파업과 소비불끄기, 38적금(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3800원, 38000원 등 ‘38’로 시작하는 금액을 적립)인증 총 세 가지 참여방법을 제시한다. 이번 여성소비총파업은 1975년 10월 24일에 일어난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여성 총파업’을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 아이슬란드 여성 인구의 90%가 파업에 동참했고, 노동과 소비 주체로서 여성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성차별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뤄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서 성 격차지수(GGI) 0.878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성평등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한편 여성 총파업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슨 효과가 있냐는 의견과 '탈코르셋'을 강요하면 여성에게 또 다른 사회적 강요가 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사회로부터 자신들에게 강요된 프레임을 깨고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하나의 움직임 그 자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여성의 존재와 영향력을 우리사회에 상기시켜주는 또 하나의 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