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된 중절수술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 8월 28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형법 제270조를 위반하여 수술을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내린다는 입장에 반박한 것이다. 의사회장은 “비도덕한 의사로 낙인찍혀 가면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치 않은 아이를 임신하는 등 현실 속 사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낙태를 무조건 비도덕적 의료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최근 페미니즘 열풍이 불면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움직임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은 51.9%로 반대의견은 36.2%를 보였다. 많은 사람이 찬성에 손을 들었지만, 낙태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낙태반대론자 및 윤리단체 등에서는 태아의 생명권과 생명경시 풍조를 이유로 들어 낙태를 허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태아도 하나의 생명이며 대항력 없는 생명을 죽이는 것은 인간 존엄성에 어긋나는 일이고 낙태를 허용하게 한다면 생명경시와 풍기 문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낙태금지를 논하기 전 낙태에 대한 이해와 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낙태에 관한 논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낙태가 형법상 불법이지만 모자보건법의 허용 사유에 한하여 제한 없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양육정책이나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잘 되어있는가를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미혼모가 자립하기 힘든 경제적 여건과 특히 낙태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원인을 간과한 채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한 해결 방식이 아니다. 또한, 낙태 관련 규정들은 그 죄를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 임신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낙태 시 동의를 받는 대상일 뿐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낙태로 인한 사회적 편견, 법률적 책임 모두 여성이 진다는 것은 큰 문제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성에게 사회적 책임만 부여했을 뿐 ‘여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현재 법률상으로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불법 낙태 수술을 더 음지로 내몰아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낙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낙태 후유증 및 금전 문제와 양육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합당한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선택 할 수 있도록 여성의 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