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로 고시원에서 화재로 인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고시원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초기화재 진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비상벨도 울리지 않아 신속한 대피가 불가능했다. 우리대학 주변에도 기숙사 외에 원룸이나 학숙 등의 거주시설이 많다.

▶ 학생들 45% “거주지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대부분의 고시원, 옥탑방 등은 안전을 예방할 수 있는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5%가 거주지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로 ‘소화기 또는 소화전 설치 미비’, ‘건물 노후화’가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재 상림에 거주하고 있는 이성민(특수교육·14) 학생은 “소화기가 없어 화재가 발생하면 빨리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스프링클러도 없는데 아마 대부분의 원룸이 그럴 거다. 게다가 학교 주변 원룸은 필로티 구조가 많아서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 무너짐이 쉽게 발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인터뷰를 통해 원룸 안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며 원룸 내 안전장치 미흡성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음을 밝혔다.

▶ 최저 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주택’,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우리나라 최저 주거 기준은 욕실과 부엌을 갖추고 있으며, 1인 가구 기준 14제곱미터 정도의 면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갖추지 못한 주거형태가 존재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지옥고’라고 부른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의 줄임말로 대표적인 ‘비주택’ 거주지다. 평균 면적이 3.3제곱미터도 안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답답한 환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재를 비롯한 안전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난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개인 온열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좁은 곳이라 화재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2008년에도 종로 고시원 화재 사고와 같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여 2009년 비주택 화재 문제를 줄이기 위한 ‘다중이용업소법’이 마련되었다. 부칙으로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시행 기점인 2009년 7월 8일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시공 이전의 민간 임대건물은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오늘도 ‘지옥고’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을 위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도록 대대적인 화재 예방 안전장치 점검과 관련 법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 같은 건물, 같은 소규모 주택인데 다르게 적용되는 ‘건축법’과 ‘소방법’
고시원, 원룸 등은 건축법을 토대로 한 주거 안전망을 피해간다. 특히 노후 된 고시원, 원룸은 화재 피해가 잦다. 그러나 대피 공간이 없거나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재로 인한 인명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대피통로와 스프링클러 등 화재를 진압할 기구들이 충분히 구비 되어야 한다. 건축법을 보면, 각 층의 바닥 면적이 200㎡(60.5평) 이상인 건축물의 경우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 2개를 설치하도록 규정 하고 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가 층마다 다른 건물도 있고, 바닥 면적이 200㎡를 미치지 못해 스프링클러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다. 원룸은 고시원과 달리 규모와 용도에 따라 스프링클러나 옥내 소화전 등 특정 소화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같은 소규모 주거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기준에 따라 안전 설비 설치 의무에 차이가 있다.

오는 12월 3일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고시원을 비롯한 소규모 주거 공간의 안전문제를 인식하고 화재 예방을 위한 예산 증액을 추진키로 했다. 예산을 투여해 간이 스프링클러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겠지만 이는 국소적이고 일시적인 해법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방 설비 관련 소방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과 대피로와 소방 설비 설치 기준을 전과 달리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