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ㄱ단과대학 ㄴ학과의 종강총회에서 3분의 2이상이 탄핵 발의에 찬성하면서 학회장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공석을 메울 학생자치기구(이하자치 기구)의 위원장을 탄핵된 학회장이 맡게 된 모순적인상황이 발생해 논란이 되었다. 파면된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회칙에서도 이런 ‘모순적인 일’에 대해 아무런 규제가 없었으며, 문제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조직 내 구성원의 역할에만 치중한 회칙은 마땅히 지켜야 할 규칙이라기보다는 지침서에 가까운 느낌이다. 자치 기구는 조직 구성원에 대한 적절한 규제안을 발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행회칙은 생략된 경우가 많아 회칙을 잘 알지 않는 이상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총학생회 회칙 제7장 제38조 2항은 ‘대학별 학생회의 구성 및 활동에 관한 제반 사항은 각 대학 회칙에 따른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제반 사항을 알려면 단과대 회칙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한 번에 시행회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홈페이지에도 공개된 접근성이 높은 회칙인 만큼 재학생이 찾아 볼 수 있도록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각 단과대 회칙과 학과 회칙 및 세칙은 학생회실이나 과사무실을 방문하여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찾아서 보는 회칙’보다는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는 회칙’이 우선되어야 한다. 적어도 학과 세부 내규는 학과 학생이 쉽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학내 정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자치기구 소통 활로는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자치기구에 관여하지 않는 학생은 SNS를 통해 자치기구의 행보나 변경된 회칙을 통보받는다. 이화여대·중앙대·건국대 등처럼 중요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때나 회칙을 개정할때 일반 재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를 개최해 학생이 주체적으로 학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소통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자치기구에 대한 학생의 관심이 적다보니 출마하는 사람도 적다. 지난 달 13일에 치러진 정·부 대의원장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대학·과학생명융합대학·사범대학 등 정·부 단과대학 회장 선거에도 단일후보가 월등히 많았다. 비교 대상이 없는 후보와 공약은 학내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한계를 느끼게 한다. 자치기구의 추진력을 약하게 만들고 학생들에게 더 나은 복지 및 운영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학내 민주주의 토대 위에는 항상 학생이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치기구에 대한 학생의 회의감이다. 작년에 불거진 정보통신대학 학회비 횡령 사건을 비롯해 학과 및 단대별 자치기구 운영에 대한 불신이 더해져 ‘투표를 해도 달라지는 게 있을까’, ‘굳이 자치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라는 인식이 만연해졌다. 회의주의는 정치적 무관심을 낳는다. 우리는 어제보다 더 나은 대학 생활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요구해야 하고 감시해야 하며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