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첫 장면부터 흥미
를 끌었다. 시민의 제보를 받
고 성매매를 적발하기 위해
경찰이 모텔을 단속하는 장
면으로 다급하게 현장을 급
습한다. 유력한 물증인 콘돔
이 발견되고 피의자들은 경
찰서로 잡혀 온다. 경찰은 심
문을 하면서 “장애인인데 얼
마나 받았어!?”라는 말로 수
사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풀
려난다. 성매매는 성관계를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
다. 이들이 한 행동은 이름도
생소한 ‘섹스 볼린티어’ 영
화는 자위조차 불가능한 중
증 장애인의 성을 다루면서
과연 섹스가 자원봉사라는
개념에 포함되는가 하는 의
문을 던져 놓고 있다.
최근의 성문화는 폐쇄적이
지 않고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과거처럼
숨기면서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떳떳
하고 당당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일 뿐 장애인
은 철저하게 배제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사랑도 없이 일방적
인 관계 속에서 그것도 성을 자원봉사라
는 이름으로 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
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러한
세부적인 담론보다는 그들도 우리와 똑
같이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조건에서 바라 봐야할 것이다. 하지
만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별
해서 바라본다. 장애인이라는 색안경. 그
리고 그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편견. 장애
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은 극단적
이기까지 한다.
KBS 소비자고발에서 한 실험을 예로
들고 싶다. 시내 한복판에서 프리허그를
했는데 일반인은 한 시간에 66번의 프리
허그를 했다. 줄도 길게 늘어서 순서를 기
다리면서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인이
장애인 분장을 하고 휠체어에 앉아서 똑
같은 곳에서 프리허그를 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10분이 지나도록 한 명도 안아
주는 사람이 없었고 일부 사람들은 혐오
스럽게 쳐다보거나 거부감마저 가졌다.
한 시간에 총 11명이 프리허그를 했다. 결
과는 놀랍기까지 하다.
한번은 장애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
를 하다가 “우리같은 ‘정상인’도 살기 힘
든 세상에 장애인라고 오죽하겠어요”라
는 말을 했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
을 했다. “왜 우리가 정상인이냐? 단지 사
회가 아무런 편견없이 바라볼 뿐이다. 그
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별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기분이 들
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장애인 남성이 성
자원봉사를 받고 나서 나도 이런 것을 하
게 될 줄 몰랐다고. 그리고 성을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으로 장애인은 말했다.
“배는 안 고파요. 사람이 고파요”라고. 성
행위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체온을 교환하고 서로 대화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됐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이라고 하면 남성
성과 여성성만 생각했다. 사회는 장애인
이나 성적소수자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격리한 채 얘기하고 있다. 또한 건전한 성
과 불건전한 성으로 나눠 생각하게 만들
었다. 그러한 점에서 ‘섹스 볼런티어’는
기존의 성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에 일침
을 가하면서 다룰 수 있는 모든 관점을 제
시했다. 하지만 어떠한 결론을 말하기보
다는 판단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기면서
섹스 볼린티어에 대해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라 사회에서 말할
수 있는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었
다는 것에 의의를 찾고 싶다. 또한 삽입과
사정과 같은 성기 중심의 협소한 담론에
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
으로 성을 생각할 때 비로소 장애인을 비
롯한 동성애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혜리(초등특수·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