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위기라는 단어를 흔히 볼 수 있다. 지구는 점차 뜨거워지는데 각국의 대책은 더디고 미미하다. 기후위기.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채, 이 둘의 관계 개선을 이끌어왔던 남북관계도 짙은 안개 속이다. 하지만 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는 대학 존립 자체다.
내년도 3월에 대학에 들어오는 2020년 신입생들의 경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보다 최소 1만 명 정도 많다. 그러나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을 70%로 가정하면 그 격차는 10만 명이 넘는다. 지방대학일수록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크게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2023년까지가 대학의 최대 위기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대처하면 대학이 생존하고 중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책당국의 책임은 분명하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장기적으로 계속되어 왔는데 교육부는 오히려 1990년대부터 대학정원을 증원해 주었다. 그러다가 몇 년 새 대학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 들어 대학을 평가해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관철해오는 게 교육부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은 최대 위기에 얼마나 대처해 왔는가? 2018년 4월 총장 선거전이 시작되었을 때 모든 총장 후보들은 기부금 모금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최소 몇십억 원부터 몇백억 원까지 기부금을 모아 대학 재정을 보충하겠다는 것. 이전 총장이 8년 재직 중 몇억 원의 재단 전입금도 마련하지 못해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이 전입금을 충당한 것과는 큰 대조다.
어쨌든 입학정원이 줄면 등록금 수입은 계속 떨어진다. 이런 수입 하락분을 어디에서 보충할 수 있을까? 먼저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시기에 경쟁력 있는 과와 그렇지 않은 과 간의 통폐합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본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해당 단과대학 및 학과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또 본부는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하고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그러나 지출 우선순위 결정과 삭감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 이 과정은 본부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2018년 6월 취임한 김상호 총장의 경우 지출 삭감에서 교수회와 논쟁이 있었다. 교내 연구비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가 크게 반발이 일자 다시 시행한 점은 대표적인 예이다. 교육과 연구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런데 교내연구를 전액 삭감한다면 대학의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사려 깊지 못한 이런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지출을 삭감하고 기존 공간도 남아서 공간 비용 채산제를 실행하는 마당에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무리 외부단체가 건설비를 지원하는 행복 기숙사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우리 대학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대구대학교 창립자 고 이영식 목사님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특수교육학과를 설립한 선구자이다. 앞으로 3~4년간의 최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본부의 열린 소통과 리더십, 그리고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