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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풀자 보이는 것
전용숙 교수(창조융합학부) | 승인2020.01.07 15:17

11월 15일, 공기 중에 습기가 느껴지는 날이었다. 정오가 막 지났을 때 아끼는 제자 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17학번인 현이는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강단이 있는 녀석인데 식물 유전 공학에 관심이 있었으며 인문학 수업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공은 물론 클라시카 수업과 빅컨셉 수업 등을 즐겁게 듣던 학생이었다.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녀석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현이의 목소리에서 열기와 설렘이 전해졌다. 서울인데 Apple.inc에서 세운 직영점 애플스토어를 들러서 최신 제품을 보고 롯데 잠실점에 있는 무인로봇 ‘b:eat’ 카페에 들러서 커피도 마셨다며 설을 풀던 현이는 글로벌 인재 포럼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변화하는 세상을 날 것 그대로 보고 창의력을 키우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순간 ‘창의’란 말이 마음 깊숙이 꽂혀왔다.
 ‘창의’란 무엇일까? 창의성이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교육부가 입학사정관제니 수시 모집이니 하는 제도들을 마련하였지만 그것은 언제나 과도한 열기와 함께 창의(創意)와 도식(圖式)을 바꿔놓아도 문제가 없을 만큼 경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창의’를 버리지 못한다. 대학 역시 지난 몇 해 동안 학생들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고정관념,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교과목을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은 어떤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가. 소위 말하는 천재를 배출하겠다는 야심찬 의도가 있는 것일까? 각 분야에서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을 보자. 과연 그들은 매시간, 언제나 천재일까? 호날두와 메시 같은 이들은 어떤 순간이든 천재일 수 있는지, 톡톡 튀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주목받는 시인 하상욱과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으로 사랑받는 드라마 작가 김은숙은 언제나 글이 술술 써지는 것인지, 우리를 전율케 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첼리스트 장한나는 매시간 아름다운 연주가 가능한지. 그들도 사춘기와 같은 호르몬에 좌우되는 시기를 지났을 것이고 한국에선 익숙한 대2병과 같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도 겪었을 것이다. 슬럼프도 있을 것이며 쉬고 싶어 손끝도 움직이기 싫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살아온 날들 중이든 그냥 하루 동안이든 그들이 천재로 존재하는 시간은 일부분일 뿐이다. 그렇다면 천재가 까마득히 멀리 있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뷰어 강창래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창의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천재라고 불리는 것에는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그들이 천재이기 때문에 천재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으로 실패를 디디고 일어서서 천재라고 불릴 따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를 보자. 그들의 이야기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라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는데 두 사람은 세기의 발명가이지만 에디슨은 노력형 천재로 테슬라는 타고난 천재로 불리고 지금 더욱 알려져 있는 위인은 에디슨이다. 에디슨은 2천 번의 실패를 겪은 후에야 전구를 발명했다고 한다. EPL 발롱도르를 다섯번 수상한 축구선수 호날두의 경우에도 노력형 천재라는 이름이 붙는다. 실제 오전 아홉시가 훈련 시작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여섯시 이전에 이미 체육관에 나와서 연습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의 공격수, 득점왕 등의 수식어가 단지 천재여서 가능했다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가 보여준 노력이 아깝다. 스티브 잡스를 잇는 애플사의 CEO 팀 쿡(Tim Cook)은 매일 오전 4시 30분에 일과를 시작하여 이메일을 확인하고 아침운동을 한 후 출근하여 6시 즈음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천재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며 창의성도 타고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창의성이 지능과 무관하다는 연구결과는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하는 대학의 욕심이 이해가 된다.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는 현이에게도 한껏 마음이 기운다.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는 무지한 스승이 학생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킨다고 강조한다. 프레임에 가두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시행착오를 학생이든 교수든 두려워 말아야 할 것이다. 습기가 느껴지는 날이 있을 때 비로소 맑은 날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테니.


전용숙 교수(창조융합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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