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기숙사인 비호생활관은 이번 학기 들어 ‘택배수령방법 변경’과 ‘온수사용 시간제한’이라는 새 정책을 내놨다. 먼저 택배수령방법에 있어서 지난학기까지는 각 호관별로 택배기사가 사감에게 택배물을 전달하면 사감이 수령자 명단을 작성하고 보관해 놨다 학생에게 전달하며 사인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져 비교적 간단했다. 또 온수사용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이루어져 왔다는 평가이다. 이처럼 별탈없이 잘 운영되던 제도들이 갑자기 바뀌게 되어 사생들은 생소함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도 사생들을 대상으로 일명 ‘군대식’ 복도점호나 조리실 이용 불편 등 생활 중에 불편한 사항들이 교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왔고 결정적으로 기숙사 자치회 첫 감사결과가 F학점을 받아 기숙사 환경이 열악한 이미지로 낙인찍힌 바 있다.

특히 기본 의식주와 관련하여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또 학교라는 안전한 틀 안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열악한 방향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은 더더욱 분명하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학교 측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숙사 행정실 측의 답변에 대해 직접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덧붙여 이들이 부딪치는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Q. 지난 학기에 생활점검, 조리실 냉장고문제, 자치회 F학점 등으로 사생들의 불만이 많았었다. 행정실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는 기숙사가 최적의 제도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나?

A. 생활점검이 문제가 많았던 이유는 각 호관마다 사생들이 층장에게 불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각 층마다 층장이 공지사항을 안내하고 인원을 체크하는 등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 층장은 현재 대부분 2학년으로 선출되고 있다. 그런데 사생들은 3, 4학년도 있어서 처음에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 어떤 명령을 해도 쉽게 순응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불만이 생긴다. 게다가 층장도 규칙을 어기면서 학생들에게 규칙을 준수하라고 하다 보니 갈등이 더 커진 것 같다. 이에 문제가 있다고 사료되어 대학원생, 졸업생인 사감들이 층장업무를 맡기로 하고 현재 남녀 각 한 호관씩 지정하여 시범적으로 시행해보는 중에 있다. 이는 사생들의 반응을 통해 개선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각 호관마다 제공되는 조리실은 학생들이 불가피하게 식사를 못했을 경우에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도록 방 한 칸을 마련해준 것이지 원래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조리실 문제는 무조건 넓혀 달라, 늘려달라는 요구로는 개선될 수 없다. 예전에 물가조절위원회(이하 물조위)가 있어 물가가 안정되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 물조위가 없어지면서 식당사업주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 학생들의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에 조리실 이용 빈도도 높아졌다. 때문에 조리실에 관련한 문제는 지금 행정실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Q. 택배수령 방법 변경과 온수제한 문제로 학생들의 반발이 드세게 일어나고 있는데 왜 이 불만을 감수하고도 제도를 바꿨나.

A. 먼저 택배문제는 1차적으로 안전사고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제도가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린다. 하루에도 120개가 넘는 택배건수로 기본 11개의 운송업체차량에 이 외 개인 운송업체차량까지 합하면 수많은 차량이 교내로 드나들고 있다. 현재 기숙사 내에 차량 차단구역이 있는데도 이때까지 이를 다 무시하고 자유롭게 침범해 사생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요즘 보행중 이어폰을 사용하는 학생도 많을뿐더러 기숙사 단지 내의 길은 도로가 아니라서 더욱 조심해야한다. 사건사고가 일어나든지 일어나지 않든지 경찰이 존재하는 것처럼 실제로 사고가 나야만 그제야 조치를 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또한 인근 대학에서는 기숙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아보고자 ‘대구경북 지역생활관 협의회’를 구성하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현재 계명대학도 ‘택배집중실’을 만들어 방과 후 2시간동안 사생들이 직접 수령해가는 방식으로 이미 운영되고 있었다. 안전 문제도 많이 호전되었고 사생들이 이에 대한 불편함은 특별히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외에도 기숙사 사감들이 택배분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과 택배수령업무로 오전 오후 내내 자리를 못 떠 다른 업무에 방해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택배집중실’에 개인사업자를 둬 인건비 등으로 학교가 금전적 이익을 받는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학교는 자리만 내줄 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온수사용에 시간제한을 둔 것은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다. 향토생활관 한 곳에서 물 공급이 이뤄지는데 하루 종일 사용하는 학생들이 많다면 계속해서 보일러를 가동할 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는 점심시간 전후부터 약 5~6시간은 극히 이용자 수가 소수이다 보니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그래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수사용 제한을 두었고, 학생들이 충분히 시간대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다고 고려하여 그렇게 정하게 되었다. 덧붙이자면,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기숙사비는 몇 년째 동결을 했고 앞으로도 기숙사비 절감 차원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다.

Q. 기숙사 제도를 바꿔야 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미리 수렴하지 않고 결정된 사안을 통보 형식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매 학기마다 사생이 바뀌는데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또 학생들의 요구처럼 입사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알아볼 수가 없는 이유는, 사업을 추진할 때 학교의 결재사안이 확실하게 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미리 공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Q. 사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가 택배수령방법을 바꾸고 온수사용을 제한한 부분은 사생들에게 불편함을 주고자 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안전확보나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타 대학의 사정도 고려해보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처음에는 불편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학생들이 이용하는데 많이 불편하다면 앞으로 자치회와 회의를 통해 계속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 학생들은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지 행정실로 의견을 제시해주고 항상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같은 행정실 측의 답변에 대한 비호생활관 사생들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입지3호관에 거주하는 사생A는 “나는 휠체어를 타므로 택배를 받을 일이 있을 때마다 후생관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나와 같은 상황 때문에 대신 배달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더 불편하다. 그런 호의가 오히려 차별 아니냐”고 반론했으며, 온수사용 제한 문제에 대해서 “오늘도 찬물로 씻었다. 개인적으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고 밤을 샐 수도 있는데 내 씻는 패턴을 굳이 제한할 필요가 있냐”며 “이미 관리비를 지불했는데 에너지 절감 차원이라는 이유로 이런 일을 겪는 것이 황당하다”고 전했다.

신애5호관 사생B는 택배문제로 “차량사고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고, 택배분실이 우려되는 것이라면 신분증 검사를 더 철저히 한다든가, 택배관리를 더 철저히 하는 식으로 다른 대책을 세워야지 왜 이렇게 바뀐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외에 다른 사생들도 “층장이 어려서 복도생활점검이 싫은 게 아니라 군대같이 위계질서 따지고 압
박적인 게 힘들다”,“ 물가도 너무 비싸고, 조리실 위생상태가 나빠 기숙사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이제 성인이므로 알아서 판단할 줄 아는데 복도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는 등 여러 가지 의견과 안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들과 행정실 사이에 마찰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서로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먼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에도 사생들이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사항들이 있다면, 행정실 측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전달만 잘 되어도 학생들의 불만이 이만큼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서로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어 앞으로가 우려된다.

기숙사를 집처럼 생각하고 생활해야하는 사생들의 입장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