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구대신문>은 임미애 국회의원 당선인(비례∙민주)를 만났다. 임 당선인은 야권 내 유일한 대구경북 국회의원으로 4년 간 22대 국회에서 활동하게 될 예정이다. TK의 유일한 야당 의원이 될 임 당선인은 앞으로의 의정 활동 포부 및 민주당이 지역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를 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꾸준히 정치를 하며 느낀 점, 재생에너지 사업의 필요성과 농업에서 청년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지역 언론 보도, 지방의회의 문제점, 선거제도 개편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아래는 주요 질의응답 내용이다. <편집자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지사 후보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포항 죽도시장 유세 현장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미애 후보 제공 (출처: 한겨레)

- 당선을 축하한다. TK서 유일한 야권 당선인인데 소감이 궁금하다

인터뷰에 오기 전 민주당 원로 당원 고문을 만났다. 그분 표현을 빌리자면 "내 살아서 경북 국회의원을 만나보다니 감격스럽다"였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기쁨을 누리는 분들이 지지자와 당원들인 것 같다. 오히려 당선 후 의원이 된 기쁨보다는 오랜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례대표라도 당선된 것에 기뻐해주시는 모습이 감사했다. 당선되어 줘서 고맙다는 말이 나한테는 훨씬 큰 기쁨이었다.

- 당선인은 농민 출신 정치인인데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가 궁금하다

지역에서 민주당 당적을 달고 계속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는 점, 여성 농민이라는 것이 나의 두 가지 정체성이다. 풀뿌리 정치를 해온 사람으로서 지방 의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우리 지역 사회에서 정치가 어떻게 실천되어 나가는지를 긴 시간 경험했다. 지역 정치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기후 위기 문제, 에너지 전환과 같은 과제 역시 농업도 함께 짊어진다. 예를 들어 석유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화석 연료가 퇴출되고 있다. 농업은 에너지 대전환 기로에 서있다. 22대 국회는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이를 준비해야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 본인의 당선이 중요한 이유를 대학생들에게 설명해 준다면 

정치라는 것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며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이런 과정이 없다. 기초의회부터 광역의회, 단체장, 국회의원까지 수 십 년 동안 한 정당이 선출직을 독식했다. 지방 의회에서 토론문화가 없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소수 의원들이 들어가면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토론이 없으면 정책에 대한 의견 반영이 안 된다. 지역의 실종된 정치를 살리는 것은 토론이다. 우리 지역은 정치가 실종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전국적인 민심과 다르게 대구경북 지역에서 보수정당 득표율이 올랐다

국민의힘을 포함하여 현 정권이 잘하고 있기에 투표한 응원의 표심은 아니라고 본다. 선거가 끝나고 여론조사를 살펴보니 우리 지역에서 국정 지지율이 10% 이상 떨어졌다. 원래라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야한다.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투표한 것이지 정부가 잘하고 있어서 투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러한 지역 민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정 운영에 대한 기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 왜 민주당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선거 막판 보수 정당에서 개헌 저지선 확보 중요성을 어필했다. 민주당이 의석을 많이 얻으면 자유민주주의에 ‘자유’를 빼고 ‘사회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얼토당토않은 내용들이 SNS 같은 곳에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것이 보수 기독교 쪽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선거일이 점차 가까워지자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던 사람들조차도 ‘그래도 나라는 지켜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으로 국민의힘에 투표한 것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보수 세력의 역결집이 이뤄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번번이 이를 막지 못한 것은 우리 책임이다. 물론 민주당 후보들이 지역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도 있을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풀어가야 하는 과제이고, 해내겠다.

- 최근 지역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입장은 

지역 언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언론이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 언론은 건강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신문사는 명백하게 특정 정당 기관지처럼 행동했다. 대구·경북은 한국전쟁에 대한 분단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자극한 것이다. 정치라는 것은 여야 모두 있어야 한다. 야당은 좌파이고, 투표를 통해 가면을 벗겨야 한다고 하는 기사를 사전투표 전날에 보도했다. 명백한 선거 개입이고,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이러한 일들이 매 선거마다 지역에서 과거에도 있었다.

- 지역 민심을 당내에서 어떻게 풀어나가고 싶은가

지역의 선거 결과에 대한 인식은 이미 민주당 내에서 파악하고 있다. 다음 전당대회 이전까지 지도부 구성에 대구경북 지역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인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인터뷰 전날 당선자 총회가 있었다. 당대표를 비롯하여 대구경북 민심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더라. 보수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왜 모르겠나.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우리 지역 민주당의 문제이고, 과제이다. 

- 대구경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활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한다. 활력이 떨어진 지역에서는 예산을 쏟아부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역대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농촌 사회를 경험하고, 농촌 지역에서의 창업과 농업을 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많이 내놨지 않았나. 모두 지역 정착을 목적으로 만든 정책이다. 그런데 투입 대비 성과가 좋지 않았다. 인구 구조 특성상 활력이 없으면 어떤 사람이 와도 이런 정책들은 성공하기 힘들다. 우리 지역의 활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실타래가 얽혀있는 문제들이 많다. 그 가운데 실을 풀면서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산업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산업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라고 하면 무엇을 뜻하나 

기업 입장에서 전기 문제, 재생에너지 문제가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 속에서 지방은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별 요금 전기 차등제를 둔다면 어떨까 싶다. 전기가 생산되는 곳에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한다면 기업의 이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업 인프라를 예산 지원과 동시에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제공하여 기업 이전 유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북 지역의 경우 원전이 대거 위치해있지 않나. 전기 생산은 지방에서 하고, 정작 소비는 수도권에서 제일 많이 한다. 

- 수도권 지역 의원들의 반대가 거셀 텐데

정치인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대다수의 이러한 정책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주로 수도권 의원들이다. 나는 지방과 수도권 사이에서, 그리고 민주당 안에서도 싸워야 한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수도권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의원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민주당에서, 경북에서 나 하나뿐이다. 

-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업, 농민을 설명한다면

기후 위기는 심각한 문제임과 동시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에 농업은 에너지 문제로 이어진다. 적어도 식량은 자급자족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농업의 미래를 그리는데 한계가 있다. 단지 식량 자급의 관점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발맞춰 IT와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농업으로 나아가야만이 농업의 미래가 만들어진다. 이런 역할은 청년들이 할 수 있다. IT강국인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이 우수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응력이 좋아서 4차 산업, 6차 산업 시대에 걸맞다. 

- 농업에서 청년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청년들이 농업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농업은 자급자족 수준의 농업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한 기술력을 가지고 수출해야 한다. 그런 능력은 청년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농업에 도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은 재밌기도 하다. 농업과 더불어 식품 산업 역시 청년들이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 소작농을 보호해야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 않나 

소농을 보호하는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유통 구조를 만들고, 생산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에서 고령의 농민들은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고령의 소작농의 문제, 농산물 가격의 불균형 등 생산이 안정적이지 못한 문제는 국내 농업 정책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 선거 제도 개편을 위해 국회 행안위를 희망했던데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다양하다. 그런데 선거제도가 이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배정해 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5%를 얻는다면 25%만큼 의석수를 줘야 한다. 이것이 다변화된 현대 사회에 걸맞은 선거제도라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서 선거제도를 가지고 의원들이 직접 발언하는 전원위원회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그다음 국민 공론화 기구를 만들어서 선거제도와 관련된 국민들의 숙의 과정을 거쳤다.

- 숙의 결과는 어떻게 됐나

결과는 소선거구제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1등만 당선되는 것이다.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으로 합의 봤는데, 내 입장에선 아쉽다. 지방선거 제도도 바꿔야 한다. 광역의회의 경우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선거구제로 1등만 당선되다 보니 대구광역시 의회 지역구 무투표 당선율이 68%였다. 선거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선거 제도가 있지만 제도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를 손봐야 할 시기가 됐다.

- 지방의회 무용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 그런데 현재 의회 구성 방식을 살펴보면 공천만 받으면 된다. 지방 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일을 하는지 의회인지, 안 하는지 의회인지 알 수 있다. 지방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선출 방식을 변경하면 훨씬 더 신뢰받는 지방의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험지에서도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당선이 안 됐으면 못해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지역 주민들이 처음 출마할 때 기회를 줬다. 두 번째 선거는 의정 활동에 대한 지지였다. 민주당 정치인이 의회에 가니 의원들도, 공무원들도, 유권자들도 '뭔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해주더라. 유권자들이 신뢰를 보여주는 것은 정치인들에겐 가장 큰 무기다. 민주당이지만 꾸준히 정치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주민들이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 같다. 

- 정치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군의원 시절 노인 대상 교육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한나라당에겐 인사할 기회를 줬는데, 열린우리당 소속인 나에게는 주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당 빨갱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했다. 그 자리에서 인사할 기회가 생겼고, 어르신들에게 “어르신들의 손자나 손녀가 잘 커서 저처럼 이런 자리에 서있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며 “어르신들의 손자 손녀들은 저처럼 정당이 다르다고 이러한 대우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조용한 분위기가 되었고, 교육이 끝나고 돌아갈 때 나에게 사과하더라. 

- 지역 청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 보나 

그런 것은 지역 정치인, 지방 정치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대학 졸업 이후 이 지역에서 일하고 정착하고 싶은 청년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지역의 시장은 어떻게 나를 지역에 붙잡아 둘 것인지 지방 정치인들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다. 지방 자치가 고도로 성숙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직도 지방의회가 할 일과 국회의원이 할 일을 헷갈려한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골목길 의원들처럼 행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 그렇다면 청년 정책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없나 

사실 청년 정책에 대해 크게 고민해 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내가 농민 정치인이다 보니 그렇다. 청년 농민을 위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는 고민해봤지만 일반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고민은 다소 부족했다. 인정한다.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정책을 내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청년 공론장 만들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고민해 보겠다.

- 학우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없다. 처음 군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도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고, 농사 지으러 갈 때만 해도 정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본인이 지금 결정한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다음 과정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어서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수임 기자  dbstndla27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