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일방적이고 독단적 결정 아니냐”

내년도 우리 대학이 공직법무전공과 스포츠헬스케어학과를 신설 모집한다. 이에 재활건강증진학과는 스포츠헬스케어학과 신설에 대해 비판하는 현수막을 교내 곳곳에 걸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본지를 통해 “(스포츠헬스케어학과 신설은)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기존의 재활건강증진학과, 체육학과, 스포츠레저학과와 유사한 학과”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재활건강증진학과는 163명의 학생들이 스포츠헬스케어학과의 신설을 반대를 주장하며 성명, 학번 등을 적은 서명을 대학 본부에 제출했다. 스포츠헬스케어학과의 개념은 의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적인 헬스케어와 스포츠 단어가 합쳐져 생긴 용어로 해당 학과와 같은 이름을 가진 대학은 전국의 인제대학교 하나뿐이다.

◇ 신설 학과 두고

“유사성 우려” 지적

만일 인제대학교의 스포츠헬스케어학과와 동일한 교육 과정을 가진 학과로서 신설될 시 대학 내 재활건강증진학과, 체육학과 등은 유사성을 우려했다. 재활건강증진학과 김완수 학과장은 “인제대학교는 스포츠헬스케어학과 외에 체육, 스포츠, 헬스 관련 학과가 별도로 있지 않아 유사성의 우려가 없다”면서도 “우리 대학은 체육, 스포츠, 헬스 관련 학과가 있기에 유사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우리 대학의 스포츠헬스케어학과가 인제대학교 스포츠헬스케어학과와 동일하게 신설할 경우 스포츠레저학과는 26개, 체육학과는 29개, 재활건강증진학과와는 19개의 과목이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각 유사 학과의 학과장들은 이러한 점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나 재활건강증진학과 측은 특정 교과목에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타 대학스포츠헬스케어학과의 현행 교과목을 살펴보면 물리요법, 운동생리학, 운동재활학 등이 있는데 세 교과목은 모두 물리치료와 관련된 수업이다. 해당 교과를 이수하여 사회에 진출하여 물리치료와 관련된 일을 할 경우에는 자칫 불법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체육학과 김용규 학과장 역시 “스포츠헬스케어라는 건 체육학과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수업 내용이 재활건강증진학과와 유사하고 졸업 후 진출분야도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과장은 “학과를 만들고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에는 아주 오랜 고민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학교 측이 비슷한 학과를 만들어 분쟁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스포츠레저학과 한건수 학과장은 “우리 대학의 체육 계열 학과가 두 곳이나 있다”며 “체육 계열 학과의 신설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체육 계열 학과의 양적 확대는 전공학생들의 입학과 취업을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빠지게 한다”고 우려했다.

대학 측은 인제대학교의 스포츠헬스케어학과를 모티브 한 것이 전혀 아니라고 했다. 또한 대학은 사보임 의사를 밝힌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2명과 실무 부서 담당자, 대학 본부의 부총장 등으로 학과 신설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준비위원회는 신설 예정인 스포츠헬스케어학과의 교육과정, 학과 홈페이지, 기자재 구입, 홍보자료 등을 준비 중이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없을 것이라 했다. 

또한 대학 측은 “‘스포츠’라는 단어가 있는 스포츠마케팅, 스포츠산업경영 등을 그간 검토해 왔다”며 “타 학과에서 나오는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유사 학과의 교육과정 및 우려하는 재활 관련 자격 문제는 일절 없다”고 일축했다.

◇ 여전히 되풀이되는

“일방적 편제조정” 주장

인터뷰에 응한 학과장들은 공통적으로 본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대학의 생존이라는 본부의 입장도 이해하는 입장이다. 신설학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계열의 학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 학과장들은 “대학이 신입생 유치에만 힘쓰고 있다”며 “재학생 관리가 소홀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재활건강증진학과 김완수 학장은 본지를 통해 “제도 개편 시 유사학과의 교수 및 학생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부족한 듯하다”며 “본부는 학생들을 위해 소통을 좀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포츠레저학과 한건수 학과장 역시 “유사학과 신설 시 본부가 주변 학과와의 더 많은 소통을 통해 보다 경쟁력 있는 학과를 신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체육학과 김용규 학과장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체육계열 학과의 모집 인원을 늘리고 있다”면서 “최초 체육학과 모집 인원은 40명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 모집 인원수만큼의 교육 환경과 실습장이 제대로 운영되어 있지 않다”며 “오래전부터 대학 측에 요구한 만큼 수용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 대학은 편제조정심의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대학의 처장들, 각 단대 학장들의 추천을 받은 교수 또는 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교수, 교수회가 추천하는 교수 등을 포함한 약 10여 명이 모여 학과 모집과 정원 수 조정, 신설 학과 결정 등을 논의한다.

대학 측은 합리적 결정을 위해 여러 인원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절차적 합리성과 정당성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생존을 위해 단기적인 입시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대학 측은 “오히려 단기적 생존을 위한 학과를 만들면 대학 본부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며 “본부는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과 학과의 지속 가능성 최우선으로 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측은 “새로운 사회적 요구나 변화가 생길 시 신설학과가 생긴다”며 “오히려 신설학과의 경우 중도 탈락률도 낮고,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일일이 연락하며 챙긴다”고 했다.

◇ "학생들이 불러도 안 와"

신설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은 어떨까. 앞서 언급한 대로 재활건강증진학과는 163명의 학생들이 스포츠헬스케어학과의 신설을 반대를 주장하며 성명, 학번 등을 적은 서명을 대학 본부에 제출했다.

체육학과는 학생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부 의사결정 과정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대학의 결정에 대해 의아함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포츠레저학과 같은 경우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김완수 재활건강증진학과 학과장은 재학생 관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학과장은 “잘 가르치는 대학은 외부에서 찾아오는 대학이어야 한다”면서 “재학생 관리가 입학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과장은 “재학생 관리가 잘 되어야 대학의 입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대학 본부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기존 학과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대학 본부는 본지를 통해 학생 참여 저조로 인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난색을 표했다.

공청회나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학생들의 낮은 참여율을 보이며, 의견 역시 입장이 엇갈리거나 분분하여 수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학 측은 학생들이 불만족하는 부분에 대해 개선하고, 더 나은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학 측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를 신설하여 구성된 게 현재 대학 학과 체제이며, 학생들의 우려 역시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전년도 우리 대학은 98% 수준의 입학 정원을 충족했다”고 주장하며 “대학 역시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으며 신설학과의 경우 특정 학과에 피해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다.

대학 측은 “어느 학과의 충원율이 절반 수준도 못 미치면 학교는 당연히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학이 더 위험해지기 전에 발 빠른 움직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