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우체국에 근무하는 집배원 길만영이라는 분이 계십니다(이 분에 얽힌 사연은 이미 세상에 알려졌기에 그 실명을 거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무례를 염려하고 이 지면을 빌어 당사자께 이해를 구합니다. 이하 ‘이분’이라 칭합니다). 이분은 일반인이 평생에 한 번을 구경하기도 힘들다는 산삼을 놀랍게도 지난 3년 동안 100여 뿌리를 캤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산삼을 그 어디에도 팔지 않고 오로지 이분의 마을 어르신께 선물로 드렸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산삼을 드신 어르신이 이로 인하여 건강을 되찾고, 설령 건강을 되찾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분들로 하여금 산삼으로 인하여 건강해지고 있거나 건강해졌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함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넋 빠진 짓이라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놀려댔지만 이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아낌없이 산삼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한번은 친한 친구들이 이분을 붙잡고 그저 소원이니 한 뿌리만 달라고 했을 때, 이분은 짐짓 고민 끝에 산삼 한 뿌리를 술에 담가 이를 친구 여럿이 한 잔씩 나누어 먹을 수 있게끔 그래서 모두가 기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선심을 베풀었다고도 합니다.

또 한 번은 어느 한 사람이 이분에게 그간 캔 산삼 중에 한 뿌리라도 자신을 위해서 먹을 수는 없었느냐고 따지듯 물었을 때, 이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수 없었다고, 정확히는 먹지 않아도 되었다고 답변했다 합니다. 왜냐하면 집배할 때마다 마을 어르신이 자신에게 건네주신 커피 한 잔과 건강드링크 한 병이 산삼보다 더 큰 약이 되었기 때문에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이분의 변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주변의 또 다른 한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 산삼 몇 뿌리만 내다 팔았더라도 평생에 만져보지 못할 일확천금을 손에 쥘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분은 재차 자신은 지금 우체국에서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 있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과하게만 쓰지 않으면 다달이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합니다.

지난 날 이분은 산삼을 캐면서 몇 가지 소중한 교훈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곧 산삼을 나누어주겠다고 생각하고 산에 오르면 그날따라 유독 산삼이 눈에 잘 띄었고, 머릿속에 산삼을 드시고 행복해 하시는 어르신의 얼굴을 떠올리면 더 많은 산삼이, 한걸음 더 나아가 아프신 마을 어르신을 생각하면 더더욱 많은 산삼이 이분의 눈에 비쳤다고 합니다. 일례로 몸이 아프신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렸던 어떤 날은 한꺼번에 12뿌리의 산삼을 캔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은 산에서 내려오면서 거동이 불편한 지나는 사람 그 누구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작정 산삼 한 뿌리를 드렸더니 너무도 좋아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이분 또한 더 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산삼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분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우편집배원 생활을 하면서 우편물 배달은 기본이고, 마을 주민들을 대신해 각종 생필품 심부름에, 공과금 납부에, 손과 발이 되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전에는 한파에 쓰러진 독거노인을 구조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이 같은 선행이 세상에 알려져 세상이 이분에게 그 보답으로 수여한 문화대상 시상금 또한 고향 보은의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모조리 쾌척하기도 했습니다. 이분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이 지면에서 재차 불러보기에 보은우체국 집배원 ‘산삼나르미’ 길만영 씨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나르고 있습니까? 아니 지금 무엇을 나르기 위해 살아 숨 쉬고 있는가요? 보다 정확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젊음의 때를 지나며 그 어디에 삶의 목적과 비전을 두고 있는지요?

푸르고 높은 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우리 마음 속 한 켜에 그간 꼭꼭 숨겨져 있었던 저마다의 값진 산삼을 너나 할 것 없이 쏠쏠하게 캐내어 척박하고도 메말라 있는 이 세상 앞에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그래서 우리 모두 자랑스럽게 목청껏 불러볼 수 있는 ‘행복나르미’들로서의 비호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심종석(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