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도서관 ‘자리 맡기’ 행태가 질타를 받고 있다. 시험기간이면 으레 도서관의 열람실 좌석에 앉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시험기간이라 특별히 학업에 더 신경을 써 도서관을 찾는 학생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자리를 맡아 놓고는 장시간 자리를 비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음에도 사람이 아닌 가방 또는 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발길을 돌리기 십상이다.자유좌석제인 우리대학 중앙도서관은 매 학기 시험기간이면 학생들의 ‘자리 맡기’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지정좌석제가 아니다 보니 자리 문제로 인한 학생들의 항의도 많은 편이다. 빌리지도 않은 책을 올려놓고 종일 자리를 비우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심지어는 좌석이 모자란 탓인지 컴퓨터 전용 좌석까지 컴퓨터 이용은 하지 않으면서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석현진(직업재활·12) 학생은 “공부를 하러 가면 주인 없이 책만 덩그러니 놓인 자리가 많다. 그 상태로 심한 경우는 몇 시간을 비우거나, 자리만 맡아 놓고 오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다”며 “때문에 정말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공부도 못하고 도서관만 빙빙 돌다가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아 화가 난다. 몇 시간을 비울 바에는 자리를 양보하고 필요한 시간마다 하고 나가면 훨씬 효율적인 것 같은데, 학생들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며 의견을 보탰다. “점심을 먹으러 갈 때처럼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은 상관없지만, 책 하나 달랑 올려놓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경우, 공부하러 온 입장에서 참 난감하다. 그나마 한 좌석씩은 비기 마련이라 그렇게 이용하고 있지만 솔직히 화가 난다”며 곤란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도서정보팀의 안희수 담당자는 “자리를 비우곤 1시간 내로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자리를 맡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 생각하기보다 주위의 공부하는 학생들도 함께 생각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자유열람관은 학생증을 인식해 지정된 좌석을 발급받는 ‘지정좌석제’를 운영 중이다. 1회 4시간 사용 가능하며, 연장은 3시간 이용 후부터 4시간 전에 가능하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제도지만, ‘좌석대리발급’과 ‘대리연장’이 문제로 떠올랐다. 좌석대리발급의 경우, 친구를 대신해 학생증을 대신 찍어 좌석을 맡는 것을 말한다. 대리연장은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서도, 좌석 사용 시간이 만료될 때쯤 친구에게 부탁해 사용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시험기간에는 개방 시간인 새벽 5시부터 약 300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하는데 이 같은 수법은 새벽부터 기다린 학생들에게 여간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이러한 수법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자치위원회에서 감시를 하지만, 좌석대리발급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에도 그에 따른 처벌 조항이 없어 간단한 권고조치 후 돌려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이용찬(06) 학생은 “시험기간 도서관 자리 맡기는 시스템의 문제보다 개인의 의식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좌석 대리발급은 타 학생들의 학습권을 가로막는 행위다. 학생의 의식이 제도를 따르지 못한다면 제도를 바꾸거나, ‘일정기간 열람실 이용 정지’나 ‘명단 공개’와 같은, 제도를 어길 경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자리 맡기 뿐 아니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옥외 휴게실에서 흡연을 하고 가래침을 뱉는 것도 아주 고질적인 문제다. 또 열람실의 안이나 밖, 모두 쓰레기가 넘쳐난다”며 학생들의 성숙하지 못한 의식 수준을 꼬집었다.
또한 시험기간 ‘자리맡기’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최소 몇 시간 이상, 몇 좌석 이상을 점유하고 아무런 메모 없이 자리를 비울 경우 자리맡기로 간주한다’와 같은 기준이 있어야 수업이나 식사 등의 사유로 메모 후 자리를 비우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우리대학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대학이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에 비해 열람실 좌석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개인 물건을 쌓아두고 독점하는 등 일부 사석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군데군데 주인 없는 물건만 있을 뿐 활용되지 못하는 자리가 많은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자리 맡기’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는 시설의 부족함보다도 학생들 개개인의 의식의 문제인 듯하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옳지 않다. ‘함께 쓰는 공간’이라는 의식과 다른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도서정보팀의 안희수 담당자는 또한 “도서관의 존재는 학생들이 이용할 때 빛을 발한다”며 “도서관 또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데, 이용률이 떨어지다 보니 가용예산도 삭감될 수밖에 없다. 시험기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많이 이용했으면 한다. 또 문의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다”며 학생들의 많은 이용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