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의 시대 혹은 프레젠테이션의 시대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든 취업을 하고 직장에서든 우리는 이를 개별적으로든 팀워크를 통해서든 각종 영역에서 연습하고 실행한다. 지식이나 내용이 없어도 발표만 잘하면 된다는 ‘스킬’에만 초점을 맞춰 공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발표에 대한 울렁증, 더 나아가 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조사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 하나에만 집중한다는 부담감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발표에 부담감을 느끼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우리는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가장 가깝게 수업 중 교수님 앞에서의 우리 모습을 생각해보자.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 질문하는 학생은 몇이나 될까? ‘나의 질문이 남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진 않을까?’, ‘내가 틀린 거면 어쩌지?’하는 생각으로 몰라도 아는 척, 넘어간 적은 없었나? 이에 기자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수업 중 ‘진짜’ 모습을 살펴보기로 했다.

괜히 나서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요.
권자혜(화학·13) 학생과 수업 중 발표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 수업 중에 적극적으로 발표를 하냐는 물음에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질문을 하거나, 교수님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큰 행동을 취하진 않는 편이다.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교수님께서 질문을 유도하실 때도 반응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굳이 나서지는 않는다”며 발표에 수동적인 모습을 취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내가 손을 들고 질문하는 것이 수업의 흐름을 깰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왜 저래?’라고 생각할까봐 두려운 것도 있다” 라며 수동적인 모습의 가장 큰 이유로 남들의 시선을 꼽았다. 이어 “손들고 질문도 하고 싶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해서 스스로도 발전하고 싶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발표하는 교육도 받지 못했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나 말고도 다른 많은 학생들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된다. 우리들 스스로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며 발표를 권장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비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표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는 다른 익명의 학생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약간 완벽주의자다. 그래서 완벽하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내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수업 중 발표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과제 발표는 준비할 시간들이 주어지지만 수업 중에 손을 들어 질문하고, 의견을 발표하려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생각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혼자 열심히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면 발표할 시간을 놓쳐 버린다”며 자신도 고치고 싶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완벽함을 추구하고, 그로 인해 발표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까지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대학생이 된 만큼 발표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고치고 싶다. 혼자서 고치는 것이 힘들어서 다른 곳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신의 문제점을 고치고 발전해 나가고 싶다고 말을 마쳤다.

경험과 훈련이 중요해요.
수업 중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질문하고, 교수님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학생과도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정배근(물리교육·09) 학생은 “원래 성격도 적극적이고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극적인 성격이여서 발표에 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긴 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수많은 수업들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훈련이 된 것 같다”며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수업 중 질문과 말하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 시작이 힘들 수 있지만 계속해서 훈련한다면 분명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발표하는데 부담을 느낀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이겨내고 스스로 훈련해서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의견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학업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마쳤다.

이처럼 우리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 발표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는 어떤 생각일까? 이에 기자는 김민희 교수(교육학과)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수업 중 학생들의 발표 태도가 어떠냐는 질문에 “수업 중에 발표를 유도하는 편이다. 학기 초반에는 학생들이 소극적이지만 중간고사가 지나는 시점이 되면 학생들이 활발하게 반응한다. 자발적인 발표는 아직 드물다. 주어진 것을 듣고 정리하는 습관은 잘되어있는 반면에 새롭게 질문을 떠올리고 이야기하는 적극성은 부족하다”고 답했다. 또한 “‘어떻게 발표를 하면 좋을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거나 ‘이런 질문을 했을 때 틀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학생들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주어진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그것들을 축소화시키고 개념화시켜서 발표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힘든 것 같다”며 학생들 태도의 원인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초·중·고 시절에 발표를 할 기회가 거의 없고, 자기주장을 말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발표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다. 그런 부족함이 누적되어 대학에 와서도 수동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학습된 무기력을 보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의 변화 외에 대학 안에서의 방법도 제시했다. “첫째, 신입생 때 발표전략, 말하기 기술 등을 익힐 수 있는 기회 제공. 둘째, 소규모 단위의 수업. 그로 인해 토론 분위기를 형성하고 교수들의 피드백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본인 스스로의 노력.”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학생 스스로의 열의와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발표 내용을 정확하게 구조화시키고, 연습을 통해 올바른 스피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시도하길 바란다. 우리 교수들도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줄탁동시(    啄同時)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회에 나가면 사람들을 설득할 일이 계속된다.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해서는 안 된다. 나의 주장도 말해야 하고 그것을 설득시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한다. 그 때 발표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닌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인지해야한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김다운 기자  skkdw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