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개강을 맞은 학교는 이리저리 발걸음을 빠르게 놀리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방학 동안의 보수공사가 미처 끝나지 않은 제2학생회관의 1층은 공사소리와 붐비는 학생들의 수다소리로 메워졌다. 그 소란스러움 사이에 아래층에서 문득 들려온 기타반주와 노랫소리는 예상치 못한 반가움을 안겨주었다.

건물 한 켠 평범한 강의실 의자에 앉아 평범한 복장을 한 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소리로 노래를 했다. 다소 쌀쌀한 건물의 분위기가 따뜻해졌다. 바로 우리대학 음악동아리 ‘정음’ 소속의 학생들이었다. 급작스런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자리를 내준 그들은, 기자의 사진촬영 요구에 멋진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고, 적극적인 답변은 물론 인터뷰 도중 기타로 장난스럽게 BGM을 연주해주는 등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이었다.

 

 

(사진 왼쪽) 저는 호텔관광학과 07학번 노경용(이하 경용)이라고 하고요.

(사진 오른쪽) 네, 저는 재활심리학과 07학번 서성길(이하 성길)입니다.

 

 

경용  저희는 올해 창립된 지 27주년을 맞은 음악동아리고요, 기수로 따지면 현재 32기수가 1학년이에요. 옛날에는 ‘비호밴드’와 합쳐져서 ‘비호정음’이었는데 음악적 견해로 갈라지게 됐어요. 비호밴드는 주로 밴드 쪽 음악을 하는 동아리고, 저희도 밴드사운드이긴 한데 기타를 베이스로 하는, 기성곡 위주로 된 동아리라고 보시면 돼요. 저희 정음은 창작 동아리이기도 해서 매년 가을마다 창작 공연을 해요. 다른 동아리는 창작곡을 하는 데가 많이 없거든요.

성길  저희는 통기타를 베이스로 하긴 하는데, 베이스, 드럼, 기타, 키보드 등 다른 악기들도 다 같이 해요. 공연할 때 기타 뿐 아니라 이렇게 모든 세션들을 쓰면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그게 다른 통기타 동아리랑은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경용  네, 따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요.

 

 

경용  07년도부터 했으니까 올해로 7년째네요. 1학년 때 동아리 들어와서 쭉 배웠으니까요.

 

 

경용  음, 그냥 비속어로 얘기하면 ‘야매’로 배운 건데(웃음), 진짜 화성악, 기초부터 배운 건 아니고요, 기타는 그냥 기초적인 이론만 독학하고 나머지는 선배한테 배웠어요.

성길  선배들한테 배운 것도 많아요. 옆에서 가르쳐주면 더 좋으니까.

 

 

 

 

 

 

경용  얘랑 저랑 사실 개인적인 음악 취향은 쪼금씩 달라요, 그래도 꼽자면 김광석님이요. 소소한 사운드로 꽉 찬 공연, 기타 한 개로 되게 풍부하게 공연하시니까요.

성길  네, 저는 그냥 우리가 기타치고 하면서 그냥 사람들이랑 어울려 노는 게 좋아요.

경용  우리가 지은 노래로 다 같이 공감하면서, 같이 듣고 같이 부를 수 있고.

성길  저희는 홀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그냥 길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경용  저희 둘 다 올해 졸업해요. 향후 계획은, 일단 술 좀 줄였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저는 여행사 취업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전공을 살리고 싶기도 하고요.

성길  저는 상담사가 꿈이라서, 청소년 상담사 쪽으로 가고 싶어요.

경용  그러기엔 재질이 좀 불량한 친군데.

성길  (아랑곳 하지 않고) 재활이나 상담 쪽으로 갈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우리 ‘어쿠스틱 코 필리아’ 있잖아.

경용  그거 얘기하게? 사실 저희 둘이 버스킹(busking) 같은 거 하거든요. 저희끼리 지은 노래로 길거리 공연도 하고 그래요. 페이스북에 지금 ‘좋아요’ 한 개 눌러져 있는데, ‘좋아요’ 좀 눌러주세요.(웃음)

 

 

경용 성길  어쿠스틱 코 필리아.

지켜보던 후배  그런 게 있어요?

경용  있어. 검색해봐. 내가 차마 너희들보고 ‘좋아요’ 누르라고는 못하겠더라.

성길  허허. 요즘 밖에서 버스킹 많이 하잖아요. 저희도 이렇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저희끼리 이름 지어서 버스킹도 다니고 그래요. 그게 ‘어쿠스틱 코 필리아’입니다.

 

 

성길  조율을 못해서 이렇게 됐잖아요.

경용  으하하하하.

성길  조율을 못하면 저처럼 됩니다.(웃음)

경용  저희가 동아리에서 음악만 하는 건 아니고 선후배들이랑 인간관계도 맺고, 술도 마시고(웃음) 이런 걸 많이 하니까. 근데 뭐 조율이라기보다는 그냥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이거는 되게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니까.

성길  그렇지. 취미로 하고 있고, 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더 친해질 수도 있는거고.

경용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성길  별개의 얘기인 것 같아요.

 

 

경용  정기 공연이 있을 때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부터 연습을 하는데, 저희 둘만 하는 연습은 저희가 내킬 때 해요.

성길  저희 ‘정음’ 정기공연이 한 학기에 한 번 씩, 1년에 두 번 있거든요. 준비할 땐 한 달 전부터 수업 마치는 시간 5시 이후에 다 모여서 연습을 하고, 그 외에 공강 시간이나 이럴 때는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와서 놀고, 연습하고. 근데 연습이라기보다 노는 거죠, 같이.

경용  노래하고 노는 거.

성길  밥도 먹고.

 

 

성길  아 좀 진부한데.

경용  지금 쌓인 게 많아서. 음 칭찬이요, 이 친구는 참….

성길  없는데.

경용  이 친구는 참 둔해가지고, 뭐라고 해야 되나.

성길  ‘비난’ 이런 것 써야 재미있지 않을까요?

경용  어, 비난 쓰면 참 좋은데.

 

 

성길  기대되네요.

경용  칭찬 먼저 하자면, 속이 깊은 것 같아요.

성길  크~~~. (멋쩍은지 기타로 배경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경용  저는 되게 성격이 다급한 편인데, 이 친구는 한 번 더,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둘이 같이 있을 때 그런 걸 잘 보완해주는 것 같아요.

성길  어려운데. 음, 감정에 솔직한 거?

경용  (역시나 멋쩍은지 기타로 배경음악을 연주했다.)

성길 그게 되게 어려운데,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제가 부러워하는 점이에요.

 

 

성길  고쳤으면 하는 점?

경용  마음에 안 드는 거? 평소에 못했던 말? 맨날 하는데 그런 얘기.

성길  네, 맨날 해요.

경용 너무 자주해서 이제 지겨워서 안 하는 거죠, 뭐. 음 그냥 ‘이기적’이에요.

성길  너는 너무 ‘극단적’이야, 적당히 극단적이어야 되는데.

경용  됐어, 됐어. 거기까지!

성길  좀 전에 했던 칭찬이랑 비슷한 의미인데, 같은 말인데도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고 그러네요.

경용  우리는 애초에 그냥 비난으로 시작해서 비난으로 끝났어. 비난이잖아, 이건 처음부터. 원색적인 대답!

 

 

성길  기회가 닿는다면.

경용  하고 싶죠.

성길  여건이 된다면.

 

 

경용  계획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저희끼리 만든 창작곡들이 있으니까, 제대로 녹음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녹음해서 보내보고는 싶었어요. 대형기획사는 말고요, 인디음악 하는 곳에.

 

 

경용  에이, 그 정도는 못할 거 같고요.

성길  근데 시도는 해보고 싶죠. 요즘 사람들이 개인이 자금을 들여서 앨범을 낸다거나 이런 것도 많이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라도 좀 완성도 있는 곡을 앨범처럼 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경용  요즘엔 그런 것들이 예전보다는 되게 쉬워졌으니까요. 딱히 꼭 스튜디오를 빌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홈메이드(home made)로 만들어도 되니까.

 

 

경용 저희 동아리가 원래는 바를 ‘정(正)’, 소리 ‘음(音)’이었는데, 지금은 정 ‘정(情)’, 소리 ‘음(音)’이거든요. 저희는 졸업하신 선배들(OB)이랑 재학생들이랑 유대가 끈끈해요. 다른 동아리들이랑 차별화된 점이라면 그 점을 꼽고 싶어요. 창립제 행사를 할 때도, OB가 이렇게 많이 오는 동아리가 없어요, 물론 지금은 예전에 비해 좀 적지만.

성길  그 ‘창립제’라는 게 저희 동아리가 창립된 날을 기념해서 일 년에 한 번씩 다 같이 모이는 거예요. 저희가 25기인데 6기 선배님들도 오시고, 졸업한 선배들, 재학생들 다 같이 모여서 ‘정음’을 축하해주는 자리로, 그런 행사를 유지하고 있는 동아리가 저희가 알기론 많이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정 정(情)’ 자를 써서 그만큼 정이 많은, 괜찮은 동아리라고 생각을 해요.

경용  되게 오래 같이 생활을 하거든요. 과가 다들 달라도 연습도 많이 하고 자주 붙어있으니까요.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성길  그럼요, 저희도 아무것도 모르고 왔어요. 음악 분야도 딱히 구애를 안 받아요. 베이스, 키보드, 드럼, 기타…….

경용  기타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공연할 때도 그렇게 다 같이 모여 한다는 거죠. 드럼이 배우고 싶으면 드럼을 배우고, 노래가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고.

진짜 대학생활 하면서 저는 1학년들보면 아쉬운 게 , 비단 꼭 저희 동아리가 아니라도 자기 취미 생활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이 사는 것 같아요. 막상 정말 취업 준비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바쁘겠지만, 정말 단순하게 악기를 배우러 올 수도 있거든요. 물론 동아리 생활을 깊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좀 할애해야 되지만, 그래도 취미로 악기나 이런 거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음악 동아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동아리 하나쯤은 들어서 자기 취미를 가졌으면 해요. 너무 얽매이지 말고.

성길  그리고 옛날에 이런 얘기 있잖아요, ‘대학생활의 꽃은 동아리다’. 그리고 진짜 좋은 점은 자신의 과 사람들뿐만 아니라 학교에 있는 다른 과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잖아요. 그게 진짜 인생 경험도 되고. 나중에 진짜 꽤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애들이 좀 즐겼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도 그냥 막 맨날 게임하고 술 마시고 하지만, 그냥 뭔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거를 찾아서 좀 더 즐기는 모습이 있다면, 신입생한테는 진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용 1학기에는 기성곡 위주로 공연을 하고, 2학기에는 창작 공연을 하는데, 포맷은 매년 비슷한 게 공연은 한 6시에서 7시 사이에 웅지관 강당 또는 학생복지관 종합복지관 강당에서 하고요. 추첨행사나 장기자랑 같은 이벤트도 합니다. 그리고 또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주 공연은 1~2학년이 위주가 돼서 하는데 고학년 선배들이 도와주는 식으로 오셔서 공연을 하기도 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OB와의 연계의 일환이에요. 2학기 공연은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는 하니　많이 오세요.

 

 

경용  애들이 동아리 행사준비 같은 것들이 되게 고단하고 힘들 수가 있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분명히 느끼는 건 있거든요, 저희도 그렇게 해봐서 아는 건데, 지금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열심히 했을 거예요. 뒤에 어중간하게 남는 거보다 열심히 하면 오히려 남는 게 많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힘들 수도 있지만 더 열심히,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냥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뭐든지.

성길  좀 더 즐기면서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든 행사도 준비해야 되고 애들 관리도 해야 되고,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죠. 열심히 할 때는 하고요. 다만 모든 게 다 그냥 즐기면, 그런 것들도 다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노경용 학생과 서성길 학생은 즐기면서 하는 취미가 곧 특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각자의 꿈도 확실하다. 꿈을 향한 길목에서 ‘즐거움’을 찾은 그들은,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는 듯했다.

학점 관리, 토익 공부, 대외활동 및 공모전 등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너무나 많다.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바쁜’ 대학생활에 피곤함을 느끼고 쉽게 지친다. 이력서의 ‘특기’란은 망설임 없이 적어내도, ‘취미’란에서는 망설이고야 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는 ‘해야 하는’ 일들로 잠시 ‘즐거움’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간혹,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것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가끔 결과만을 바라보다 과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꿈’이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이 우리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결과를 위해 과정을 희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저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 하나쯤은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생활을 즐길 줄 아는 비호인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졸업을 앞둔 두 사람의 꿈을, 음악을 진정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