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 ‘누구를 위한 학과 폐지? 소통 없이 졸속 처리’ 주장
본부 … ‘충분한 학내 논의 진행, 합리적 후속처리로 부작용 줄일 것’

수도권 대학에서부터 최근엔 대구·경북 대학가에 구조개혁 평가로 인한 정원조정, 학과 통폐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리대학 또한 구조조정 진통을 겪고 있으며 최근 논란의 과정을 겪었다. 우리대학은 학칙 개정을 통해 2016학년도부터 물리학과, 독어독문학과, 골프산업학과, 산업경영공학과를 모집중지하고 국어국문학과와 국제한국어교육과를 한국어문학·문화학과로, 생명과학과와 의생명과학과를 생명과학과로 각각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학과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틀 동안은 대학본부에 있는 총장실을 점거했고, 22일에는 노천강당에서 학생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긴급학생총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학과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최근 동향을 취재했다. 또한 며칠에 걸친 대학과 학생의 갈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총장실 점거, 교무위원회 중지 농성, 긴급학생총회 개최

지난달 20일 오후 4시 통폐합 해당 학과 재학생 100여 명이 대학본부의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를 주장하며 본부 총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어 홍덕률 총장과 박순진 기획처장을 총장실에 감금한 채 통폐합 철회를 주장하며 대치했다. 학생들은 비민주적이고 형평성을 잃은 구조조정을 반대한다며 홍덕률 총장 및 주요 보직자들과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사태는 홍덕률 총장의 건강상 이유로 일시적으로 철회되었다.

22일 오후 6시에는 통폐합 해당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노천강당에서 긴급학생총회가 열렸다. 총회에는 약 2천여 명의 학우들이 모였다. 구조조정의 위기를 맞은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 구조조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각 단과대학 학생들까지 모여 총회가 개회되었으며 대학본부 측에서는 교무처장과 홍보비서실장이 참석했고, 총장과 기획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은 “가장 관련이 깊은 기획처장과 총장은 오지 않고 홍보비서실장이 나와 임시총회를 진행하는데, 어떻게 대화가 되며, 어떻게 시시비비를 가리겠냐!”며 항의했다. 아울러 “정확한 폐과 기준과 그와 관련된 자료를 모른다.”며 해당 학과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통폐합 학과 선정 자료를 제시하기를 촉구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총회에서 대학본부 측은 “여기서 수렴한 학생들의 의견을 가지고 교무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긴급학생총회는 사실상 종료되었다. 그러나 이후 학생들은 “교무위원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것이냐?”는 질문과 항의를 했으며 대학본부 측은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결국 별다른 결론 없이 끝이 났다.

총회가 열리고 정확히 4일 후, 28시간 감금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되었던 총장의 긴급담화문이 우리대학 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정해진 원칙과 절차를 통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논의하고, 추진해 온 구조조정 작업을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키려는 시도들도 있었다. 이번 구조조정 해당 학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며 대상 학과 교수님의 연구와 교육의 지속방법을 모색하겠다.”며 현재까지 있어온 불가피했던 상황과 앞으로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인신을 구속·감금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와 정상적인 학사 진행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일탈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당부의 글을 남겼다.
이에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시는 총장님의 의견과 상황, 생각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원의 말과, 다른 한편으로는 “학과에서 폐과를 반대할 입장을 취하는 건 당연한 권리이자 자유이고 그래서 점거와 농성이 있었던 것인데, ‘감금되었다’라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애초에 통폐합 대상 학과에 대해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진 후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 통폐합을 진행하였다면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부디 상명하복식의 극단적인 절차를 재고하고 다시금 민주적인 방법으로 통폐합 과정을 밟길 바란다.”라는 비판의 글들도 볼 수 있었다.

학과장 워크숍, 전체교수회의, 교내 공청회, 학과 개별 간담회 등 학내 논의 진행
본지는 지난달 21일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하고 있는 중에 학교 측 의견을 듣기 위해 본부 기획처 관계자를 만났다. 기획처 관계자는 먼저 전국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하는데, 앞으로 학생 수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학교 운영비도 줄어들 것이고 특히 지방대학은 학생 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대학본부는 최선을 다해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학습권 보장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먼저 “학생들과 계속 공청회를 하려고 시도했고 그런 자리를 피한 적 없다.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 “각 학과 대표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자료를 주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자세한 경황을 모르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궁금한 게 있어서 직접 문의하는 학생들에게 모두 답변하고 있다”, “전과를 원한다면 전과, 본인 학과 졸업을 원한다면 그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과를 통합하는 것도 교육과정이 유사한 학과끼리 하려고 한다.”는 학과 통폐합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21일 오후 5시에는 학교 홈페이지 학사공지에는 ‘학과구조조정 및 후속절차에 대한 안내’의 게시물이 게재하여 학교 측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어느 날 내가 다니던 학과가 폐지가 된다면 혹은 다른 학과와 통합이 된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방침에 따라 실행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취업률에 의해 학과들이 존폐 위기에 내놓이게 된 것은 소속 학과를 떠나 안타까운 일이다. 지성의 전당이었던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 아니라 취업을 하기 위한 양성소로 전락했다. 학생과 대학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 과연 정말 우리 학생들을 위한 것이 맞는 걸까? 교육부가 들이대는 취업률이라는 잣대에 순수학문과 예술학문들이 죽어 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외침에도 대학을 이제 취업양성소로 만드려는 국가정책의 쓰나미에 휩쓸려 가고 있다. 어느새 학생들의 외침은 공허함 속으로 묻힌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학생뿐 아니라 나아가 대학의 존재 자체도 위협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의 구조조정을 “어쩔 수 없는”으로만 이야기하지 말고 대학과 학생간의 진실한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기를 바란다. 거의 다 무너진 지식의 상아탑은 우리 학생들만이 다시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