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신입생의 학교생활 적응과 진로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DU비전설계’ 강의가 개설되어 있다. 1학년 학생 모두가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기도 하다. 다른 과목과 달리 과제나 시험을 통해서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의 상담 및 특별활동으로 Pass/Fail 여부를 가린다. 최근에는 필수교양서적을 선정하여 그 중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활동도 더해졌다.
DU비전설계 과정은 교수의 재량으로 이루어지는데 보통 교수와의 집단상담 및 개별상담이 그 핵심이다.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설계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DU비전설계 강의의 본래 목적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상담이 잘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반강제적 상담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일부 교수와 학생 모두 해당 과목에 무관심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본지는 DU비전설계 과목의 실태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DU비전설계는 그냥 쉬는 과목?”
DU비전설계도 엄연히 1학점 강좌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학생시간표에 제시되어있다. 하지만 다른 수업들과 달리 매번 수업이나 상담이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실제로 어떻게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지 1학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회계학과 15학번인 A학생은 교수와의 진지한 상담은 물론이고 제대로 교수님과 이야기 한번 나누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상담일정이 잡혔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취소됐었다. 그 이후로 어떠한 공지도 없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결국 교수님과의 상담 한번 못해 보고 한 학기가 마무리될 것 같다. 20살이 되어서 생기는 고민들을 교수님과 이야기해 보고 싶었는데, 무늬만 ‘비전설계’인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그냥 아예 공강시간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특수유아교육과 15학번 B학생은 “교수님 연구실에 한 번 모여서 자기소개글 쓰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간단하게 말하고 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기에 개인적인 고민을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다. 하는 것도 없고 의미도 없는 시간이었다.”며 과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상담이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부실한 상담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학생들 또한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상담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학생들만 DU비전설계 과목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과학대학의 C교수는 “상담을 기계적인 학점으로 배치해 놓는다는 것 자체가 웃기다. 과목 특성상 학생마다 필요한 상담의 횟수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은 7~8번이 필요한 반면, 안 해도 되는 학생도 있다. 차라리 수업 끝나고 자연스럽게 커피 한잔씩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형식적인 상담은 학생들과의 자연스럽고 깊은 교감이 힘들다”며 자연스러운 상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학생들과 교수 모두 DU비전설계 과목의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제도와 과정이 취지를 실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상담을 귀찮아하여 대충 넘기려는 일부 교수와 학생들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퇴색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이러한 DU비전설계 과목의 부실한 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교수와 학생은 DU비전설계 과목의 취지에 맞게끔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