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일본)의 『고백』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독백 형식으로 짜여있으며 어느 여교사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종업식, 봄방학을 앞두고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학생들 앞에서 처음에는 상냥한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선생님.

그러나 마냥 흐뭇하기만 하던 이야기는 연초에 불행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여교사의 딸에 대한 부분에 이르러 점점 불안한 기색을 띠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학급의 어느 학생이 딸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다. 단숨에 밝히는 것이 아니라 목을 죄어오듯, 개미지옥에 빠지듯 서서히 밝히는 진실. 그리고 마지막의 복수. 여교사는 ‘선생’이라는 직함이 가지는 도덕적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딸을 죽인 범인들에게 개인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학교를 떠난다.

여교사의 첫 번째 고백이 끝나고, 이번에는 남은 학생들과 그 가족들의 고백이 이어지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복수를 당한 범인들의 반응, 그리고 그 범인들이 속한 ‘학급’이라는 작은 사회가 보여주는 집단의 광기, 그들을 지켜보는 제3자의 시선, 어느 한 장도 놓칠 수 없는 긴박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시 여교사의 마지막 독백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위의 내용은 역자가 정리한 전체적인 책의 내용이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소년법의 존재의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과 어떤 제재가 과연 올바른 제재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소년법이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일정한 나이가 되지 않은 사람 즉 성인이 아닌 범죄자에 대해서 법적인 제재가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현대의 사회는 청소년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또 청소년들의 재범률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그에 대한 해결책이 미비하다 등 소년법의 미비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소년법의 문제점에 대해 가해자와 주변인, 피해자의 가족 등 여러 입장에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각각의 입장에서 그들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당사자가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두 생각하는 바가 다르므로 누가 잘못했는지 잘했는지 따져보는 것보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현재의 문제들을 바라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떤 제재가 과연 올바른 제재인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미비점이 분명히 있는 법률로 범죄자들의 죄에 합당하게 제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가 직접 제재를 한다면 그 제재는 과연 합당한 제재인지도 의문이다. 합당하지 않은 제재로 인해 피해자가 새로운 범죄자로 변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자는 비호인들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흑백의 논리로 긍정 또는 부정으로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며 어떤 문제에서도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도 있다는 사실을 용인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