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발 빠르게 회사,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른바 주식회사로 대학이 탈바꿈하고 있다. 지성의 전당, 진리의 산실 같은 말은 신석기 시대의 구호가 된 지 오래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돈줄을 쥐고 흔들어대면서 교수 평가 등을 비롯해 모든 것이 수치화, 지표화, 계량화되고 있다. 교과부가 요구하는 그 수치를 맞추어 주식회사 서열 등급을 받아야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으로 전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치가 곧 등급인 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부터 9등급 구분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학 들어와서도 등급과 수치로 구획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너무 그것들에 익숙해진 탓일까?

학교 안에 카페가 들어오고 햄버거 체인점이 들어오는 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누구도 이것이 주식회사의 수익부대사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밖에서보다 싼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편하고 사내 생활이 윤택해진 것처럼만 보인다. 대학 등록금을 챙기고 그것도 모자라 학생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을 대학이라면 이렇게 버젓이 내놓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제 대학이 아니라 공장이기 때문이다. 소비만 그럴까? 학생들은 토플에 자격증에 회사에 내는 돈이 등록금 말고도 또 있다. 소비자가 양적으로 정해져 있으니 회사 입장에선 다다익선(추가 수입)일 따름이다.

대구의 어떤 대학은 내년 교육부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대비하여 교과과정 자체를 모듈화하여 전문대 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하고 있다. 프라임(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사업)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학을 사내 공장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C등급 이상을 받은 대학들이 또다시 이 사업에 뛰어든다면 인문학의 소멸 같은 이야기는 신석기가 아니라 구석기 시대의 구호로 전락할 것이다. 정원을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수백 명의 기존 정원이 돈 되는 과, 취업 잘 되는 과로 이동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다. 거기다가 기존의 성과연봉제도 다시 심하게 흔들리는 쪽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교수들은 아직 자신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교수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구 인근 대학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정년연봉제는 이름만 달지 않았지 이미 임금피크제다.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 확대라는 실현 불가능한 구실이라도 달았다지만 정년연봉제는 그것도 아니다. 돈줄이 메말라버린 재단에 현금이 돌게 하는 일밖에 없다. 이렇게 산업현장의 임금체계가 어물쩍 담 넘어 다 들어와 있고 새누리당은 공무원 연금 개혁에 이어 사학연금까지 손보려 하고 있다. 교과과정은 기업화되고 교수들은 교과부와 학교가 요구하는 지표 짜 맞추기에 바쁘며 학교는 회사 내지는 거대한 학원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