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찾아왔다. 매년 이달이 되면 기자는 계절의 분위기를 더욱 실감한다.

책 한 구절, 흘러나오는 음악 가사 등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영향을 받고 마냥 사춘기 소녀처럼 계절을 앓을 때도 있다.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특히 잎들이 붉어져 세상을 물들이는 그 풍경이 사람을 감성적이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따뜻한 커피와 책 한 권,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길, 혼자서 관람하는 영화. 가을이 되면 여유를 즐기며 혼자만의 사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가득해진다.

그뿐만이 아니라 10월은 많은 축제, 특히 문화를 즐길수 있는 다양한 문화의 장이 열리는 것으로 보아 문화를 즐기기에 좋은 계절임은 틀림없다. 그런 생각이 가득하던 때 마침 대구 동성로에 있는 동성 아트홀이 생각났다. 자주 찾던 곳은 아니지만 내겐 새롭기만 했던 극장, 대구에 있는 수많은 영화관하고는 다르게 입구조차 찾기 힘든 곳. 다시금 추억을 되짚고자 많은 사연 속에 다시 개관했다던 그곳을 찾았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어려워 감췄던 그 순간을 다시 꺼내고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을 전하고자 한다. 예술 영화관과 예술 영화를 전할 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친한 요즘 20대에게 예술영화관과 예술영화가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예술영화란 무엇인가

지금의 시대에 영화를 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영상미디어의 발전으로 영상을 보는 것을 밥 먹기보다 자주 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돈만 주면 그 작품을 사고 볼 수 있다. 현대의 영화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어떤 영화는 제작에 투자하는 시간적, 물질적 자원이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가 산업으로 자리 잡고 투자가 없이는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니 관객의 눈길을 끌어 돈을 버는 ‘상업 영화’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영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영화를 ‘예술영화’라고 부르는데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으며 감독과 작가의 세계, 곧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보통 소자본으로 제작되고 대중성과 거리가 있다. 상영하는 영화관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흥행하지도 않으며 흥행에 연연하지 않는다. 예술영화는 작가의 주관적인 사상이나 색깔이 강하기 때문에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적 미와 가치를 중시하는 예술성이 높은 영화다. 물론 완전한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는 없겠지만, 영화에 어떤 요소가 더 있는가에 따라 그 영화의 가치가 달라진다. 그런 예술영화를 상영해주는 상영관이 대구에도 있다. 대구의 중심에 자리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런 곳. 대구 예술 영화관 ‘동성아트홀’을 찾았다.
 

2015년의 대구 예술 영화관 ‘동성아트홀’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동성아트홀’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 심사에서 탈락한 뒤 경영난을 겪어 폐관했다. 이내 서둘러 재개관했지만, 대구에 전파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로 인해 다시 임시휴관을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사이 기존 영사 시설의 낙후, 상영관 좌석 이용의 불편함 등으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객석과 화장실, 편의시설, 영사장비 및 냉난방 시설 등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동성아트홀문화원>도 설치해 독립영화 상영과 인문학강좌를 여는 장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지난 9월 18일 대구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이 다시 문을 열었다. 또한, 최근 대구에 개관한 오오극장과 손잡아 ‘해피 투게더’-동성아트홀 & 오오극장 공동기획전도 기획했다.

많은 것이 변화되었다는 소식에 기자는 궁금증이 더해졌고 새로 단장한 동성아트홀을 방문했다. 익숙한 문은 그대로였지만 대대적인 공사가 있었다는 말 그대로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하고 쾌적해진 실내 모습에 그저 영화관이 새로 생긴 거 같았다.

그리고 앙: 단팥 인생이야기

이번엔 동성아트홀을 찾아 관람했던 일본영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 「앙: 단팥 인생이야기」를 이야기 해볼까 한다. 무엇을 볼까 고민하던 중 그저 제목에 이끌려 봤다. 영화 표를 사서 한참 주위를 둘러보다 상영관에 입장했고 많은 자리를 남겨두고 기자를 포함해 단, 4명의 관객이 자리했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 동성아트홀 김주성 대표가 앞에 나와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자신의 영화 관람 소감, 그리고 재개관한 동성아트홀을 홍보해줄 것을 웃으며 부탁했다. 그 후 상영된 영화는 일본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화였다.

기자가 본 앙: 단팥 인생이야기는 ‘도쿠에’가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센타로가 운영하는 작고 허름한 도라야키 가게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가게 주인 ‘센타로’에게 ‘도쿠에’라는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온다. 팥소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단팥 덕에 도라야키는 인기를 얻게 되고 센타로의 표정도 점차 밝아진다. 하지만 단골 소녀의 실수로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게 이 영화의 전부다.

조금 특별한 게 있다면 이들은 조금 부족한 사람이란 것,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 보여준다. 또한, 잔잔한 음악과 바람의 소리와 새의 지저귐 등 자연의 소리를 담으며 영화 대부분이 그 가게에서 이루어진다. 음향에 집중해야하는 영화라 사람이 없는 이 동성아트홀에서 오로지 영상과 음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영화관을 다시 찾고 영화 한 편을 관람하면서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며 유행을 타는 영화를 보기 위해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발걸음 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주변 사람과 영화 내용을 공유하며 대화거리는 되었지만 거기서 멈췄고 그저 매번 그 행동을 반복했던 것 같다. 또 막연히 예술은 모든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게 아닌 특정 사람만이 즐기는 문화인 것처럼 여기며 어렵다고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이번을 통해 기자는 영화를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다양한 감성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고 그 가치관을 다른 사람이 생각해보고 느껴볼 수 있는 것이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 예술영화를 고집하고 살리고자 하는 이들도 이런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대학 학우들도 그저 매번 보는 그 문화에서 벗어나 좀 더 특별한 것을 경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