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있었던 기숙사 자치회 회장 선거에서 특정 호관의 경우 강제투표를 실시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그날 투표참석 여부로 인원점검을 했다는 것인데 투표를 하지 않으면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강압적인 투표 진행이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아름다운 기숙사를 만들기 위한 모임'은 지난 학기동안 자체적으로 실시한 기숙사생 피해 사례집을 본사에 자료로 제출했고 이에 기숙사내의 피해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우리는 돈으로 ‘12시 점호’,‘각종 기숙사 규칙’을 샀다.
우리대학에는 남자 기숙사인 '입지호관'과 여자 기숙사인 '신애호관'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통학하기 어려워 자취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학생들은 한 학기에 50~60만 원 정도의 기숙사 입사비를 지불한 뒤 기숙사생활하게 된다.
매일 아침 통학하는 것보다는 교내에 있는 기숙사생활이 더 편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기숙사 생활에 학생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본사가 피해 사례집 30여개를 분석한 결과 매일 밤 12시에 실시하는 점호, 불시에 하는 특별생활점검, 각종 규율, 한정된 택배수령기간 등이 학생들이 피해를 느낀 것으로 밝혀졌다.
신애 5호관의 한 학생은 “특별한 내용이 없는데도 주말을 제외 한 평일 매일 시행되는 점호로 인해 몸이 피곤해도 일찍 자지 못 하고 어떨 때는 급한 일을 처리하지 못 할 때도 있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한 “아침 9~10시, 저녁 9~10시 이렇게 택배수령 시간이 정해져 있어 급하게 택배를 찾아야할 때 찾지 못 한다”고 했다.
입지 2호관의 한 학생은 “피곤하거나 몸이 아파서 일찍 잠자리에 들 때가 있는데 12시 점호로 인해 잠에서 깨서 점호 후 다시 자려고 하면 잠을 설치는 일이 많다”며“일주일에 한번 정도하거나 인원체크만 했으면 한다”고 했다.
점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면 점호란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 인원이 맞는가를 알아봄을 뜻한다. 한마디로 '인원점검'이다. 일반적으로 점호라고 하면 '군대점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기숙사는 규율을 강조하며 사생활이 없는 군대가 아니다. 그렇기에 점호라는 호칭부터 인원점검으로 바뀌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시 점호를 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바짝 긴장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숙사에 온 학생은 12시 전에 잠을 자고 싶지만 12시 시행하는 점호로 인해 자다가도 잠에서 깨어나 방문 밖으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일부러 자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학생은 몸이 좋지 않아 층장에게 미리 점호불참을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교에게 전달하지 않아 벌점을 받고 사유서를 쓴 경우도 있다.
사유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신애 2호관의 한 학생은 “개인의 잘못으로 벌점을 받는 것은 인정하지만 벌점만 주면 되지 왜 사유서까지 써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대학생은 이미 성인이다. 자기 잘못을 스스로 깊이 깨달으면 되지 남에게 보여주는 사위서는 효과가 없다”며 “분량 채우는데 급급하다”고 한마디 했다.
이처럼 기숙사 야간 점호가 인원 점검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학생이 방 밖에 나가 인원점검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이유가 없다는 게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다.
입지 5호관의 한 학생은 “점호 때 인원 점검과 함께 내일의 날씨, 교훈을 말하는데 점호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다”며 “안전을 이유로 인원을 점검하는 것이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음에도 군대식, 철저한 통제식의 점호는 잘못됐다”고 답했다.
한편 전기장판 같은 반입 금지 물품에 대한 확인을 위해 실시되는 검사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불만은 있었다. 한 학생은 “검사 시에 그 방에 사는 학생들은 방 밖에 나가서 기다려야 하는데 조교와 층장이 같은 학생의 방을 뒤진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개인 사생활과도 밀접해있는 개인의 생활 물품을 뒤지고 정작 본인들은 나가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학생의 권위는 밑바닥, 조교와 층장의 권위는 날개 돋은 격.
“나는 1학년이던 당시 층장에게 자연스럽게 하대 받았었다”
“백배를 받기 위해 관리실 문을 두드렸는데 층장이 '몇호?'라며 대뜸 반말 했다”
기숙사에는 12시 점호, 12시 이후 야식금지 등 공식적인 규율 외 특별점호, 사유서 작성과 같은 비공식적인 규율이 더 존재하고 있다. 조교의 말을 어겼을 시 그것은 불복종이 되고 벌점의 대상이 된다. 기숙사에서 조교의 말이나 층장의 말이 법인 셈이다. 만일 조교가 기숙사에 정해져 있는 규칙을 어겼을 때는 아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이와 관련된 불만사항들이 쏟아진다.
신애호관의 학생은“간혹 나이 어린 층장이 반말을 하는데 기본 예의 좀 갖췄으면 좋겠다”며“조교는 가끔 새벽에도 카드를 찍고 외출을 하는 것 같은데 조교에게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무단외박 소음, 전열기구 사용 등 규칙을 어겼을 때 벌점을 주는데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3~5점식으로 되어 있어 조교의 재량으로 3점을 줄 수도 있고 5점을 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아예 주지 않는 등 불합리하다”고 털어놨다.
기숙사에는 벌점제도가 있어 벌점이 누적되면 입사제한 또는 퇴사를 받기 때문에 기숙사생이 조교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8점이 되면 입사제한인데 벌점을 주는 강도가 보통 3점부터 시작되어 벌점의 강도가 높다는 의견이 있다.
입지 2호관의 한 학생은 “기숙사는 군대 같은 곳이 아니라 다 같은 학생이고 구분을 짓자면 나이가 많거나, 선후배이거나, 조교나 층장으로 구분을 지을 수 있는데 학생이 학생에게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며 “어느 샌가 기숙사가 군대처럼 변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특히 매년 진행되는 자치회 회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학생들의 불만은 많았다. 취침 시간이 되어서 학생들을 모아 유세를 듣게 한다거나 투표를 강제로 시킨다는 것이었다.
올해 신애 2호관의 경우 인원 체크를 그날 투표로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신애 2호관의 한 학생은 “투표는 민주적인 것으로 본인이 참여를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그럼에도 투표로 인원 체크를 한다는 것은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점을 주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모호한 기숙사의 규정으로 조교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 할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사유서 요구 및 벌점 부과로 인해 기숙사생들의 인권침해는 수 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입지 3호관의 김 모 학생은 “올해 초 기숙사에 입사했을 때 조교가 초면부터 사전 동의도 없이 반말을 했다”며“최근 신종플루의 예방차원으로 체온 측정을 하고 있는데 체온측정을 하지 않으면 퇴사처리라는 새로운 규정이 갑자기 생기는가 하면 걸핏하면 퇴사를 협박 수단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교가 반말하는 호관이 있는 반면 또 다른 호관에서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조교가 있고 또한 규칙에 대해서도 각 호관마다 차이가 있어 호관의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호관에는 없는 문제가 다른 호관에서는 발생하여 사생들의 불쾌감을 초래한다. 이렇듯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지만 막상 그 문제를 토로할 곳이 없고 해결할만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 학생은 “기숙사 내의 불편함을 주변에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다”며 “자치회와 조교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불편 사항을 말해도 조금만 참으라거나 단체 생활에 적응하라는 식의 답만 해와 답답하다”고 전했다.
또한 신애호관의 김 모 양은 “조교와 층장이 벌점을 줄 권한이 있듯 사생들에게도 그들을 평가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 층마다 층장들이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사생들은 그들이 어떻게 층장으로 뽑혔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 단지 층장이라고 자신들이 말하니 사생들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계급적 구조의 기숙사에 대한 지적 가운데 올해 기숙사 자치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공약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공약에 따르면 '상점제도를 실시하고 다음 학기 입사 기회를 준다'라고 되어 있다. 제 34대 비호생활관 자치회장으로 선출 된 장우혁(공법·3)차기회장은 상점 제도에 대해 “기숙사 사생 중 대내외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행동을 한 사생을 층장이 조교에게 추천을 하고 조교가 판단하여 상점을 주는 것”이라며 “현재 행정실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은 “잘만 시행되면 좋은 제도이지만 상점 제도를 통해 입사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학생이 늘어나는 만큼 조교, 층장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이라며 “조교와 층장이 사생들에게 상점을 준다는 것은 학생이 학생에게 상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생이 학생을 통제하는 구조적 상황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신애호관의 한 학생은“층장이 계급장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층장들이 가끔 있다”며“층장들이 수고하는 건 알겠지만 다수의 인원을 통제할 때 '소리를 크게 내는 것'과 '언성을 높이고 짜증을 내며 호통 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기숙사의 통제, 사고를 막기 위해 학생이 학생을 통제해야 한다는 부분은 분명 고쳐져야 하며 층장의 역할 역시 하나의 직위, 계급이 아닌 기숙사의 한 층을 대표하여 학생들의 생활, 복지를 돕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