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사회학과)교수

근대 사회를 조명한 학자들이 주목했던 공간 중의 하나는 집단 수용소다.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 외곽의 정신병원에는 소위 '비정상'이라고 판단되는 정신질환자들이 강제 수용되어 있었다. 그 중에는 당시 여성만의 고질적인 병으로 알려진 '히스테리아' 때문에 수감되었던 많은 여성 환자들도 있었다. 프로이트는 이후 이들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히스테리아가 다양한 형태의 성(性)적 억압과 연관된 '사회적 질병'임을 밝혔다. 고프만은 1960년대 미국의 정신병동에 대한 참여관찰을 통해, 많은 경우 정신병 환자가 되어 병원에 수감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정신병자'로 취급하는 정신병동 내외의 특정한 낙인(stigma)에 의해 정신병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한 푸코의 계보학적 연구는 개인이 병원, 감옥, 학교 등의 사회 조직들을 통해 근대사회의 규율과 질서를 '체득'해 가는 특성을 고찰하였다.
한국에서도 일제 강점기에 설립되었던 학교 등의 근대적 집단 시설들이 일제신민으로서의 습속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해방 후 군부독재 정권은 00 정화 조치, 00 개척단, 00 교육대 등의 집단 수용 제도를 통해 사회구성원의 권리를 '특별히' 침해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고안된 각종 집단 수용소들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특정한 '질서와 규율'을 각인시키는 사회적 공간이었다. 이와 같은 예는 학교 및 직장 등을 통해서 실시되었던 각종 '정신무장 훈련', '00 수련회', '00 간부교육'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 된 후 중요한 사회적 과제 중 하나는 이와 같은 군부독재 시절의 권위적인 유산을 청산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일상에 뿌리내린 군대문화, 강압적인 의사소통, 권위와 위계에 의한 사회관계를 평등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내가 접한 우리 대구대학교의 기숙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에 대해서 서술한 자료에 의하면, 기숙사 내 학생들의 자치조직인 층장, 조교의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동료학생들에게 상당히 '권위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벌점을 부과하거나, 오전 0시에서 5시 사이에는 학생들의 취식이 금지되어 있으나, 스스로는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 등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미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평일 외박을 위해서 하루 전 사유서를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조교의 검토와 '통과'가 있어야 외박이 가능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매일 밤 12시에 이루어지는 '점호' 때 모든 학생들이 각 호실 문밖에 '서 있어야' 한다. 몸이 힘들거나 피곤해서 일찍 취침한 경우에도 옷을 갈아입고 밤 12시에 점호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이루어지는 '특별 점호' 때는 조교가 학생들의 입회도 없이 개인 소지품을 뒤지기도 한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우리 대구대학교 기숙사 생활에 대한 것이라니, 믿기가 어렵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은 관행이 '남학생' 기숙사보다 '여학생' 기숙사에서 좀 더 강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 기숙사 내의 '군대식 위계'가 젠더를 매개로 보다 '섬세하게'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수용소의 망령'이 우리 학교를 배회하고 있다.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