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년 전부터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 듣는다. 발 빠른 정보 전달과 날것 그대로의 토론을 통해 주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합리적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방송의 장점 때문이다. 물론 여과되지 못한 거친 표현과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추론 등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과 신문이 언론으로서의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 언론으로서 팟캐스트의 존재는 그 필요성을 더해가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든 듣고 싶을 때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것도 팟캐스트의 소구력이 확대되는 이유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이슈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주도한 계층은 대학의 지식인과 언론인들이었다. 지식인들의 펜과 입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이성과 양심에 기초할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학의 지식인들은 실천과 무관한 추상적 담론을 쏟아내기 일쑤였고, 신문권력의 방송으로의 영토 확장은 언로 왜곡이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일반 시민들이 사회적 의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의 기준을 제공받기가 더욱 힘든 사회가 된 것이다. 여기서 팟캐스트라는 대안 언론을 통해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무지가 폭로되거나 신문권력의 의도적인 사실 왜곡 또는 조작적 여론 형성의 문제가 드러나게 되었다. 편파적인 대안 언론의 등장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언로 구조를 균형 있게 만들어 비로소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역설적이다.

이러한 팟캐스트 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낯익은 이들이 적지 않다. 정론직필을 주장하다 밀려난 언론인들, 주류 정치권에 진입하지 못한 진보정당의 정치인들, 지상파 방송에서 소외된 방송인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팟캐스트 출연 동기와 과정은 다양하다. 그런데 정치사회적 상황의 변화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웃사이더의 위치가 된 이들이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목소리와 그 내용은 당당하고 거침없는 듯하다. 그들의 처우나 조건은 잘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양심과 자유 의지를 꺾는 외적 요인들이 팟캐스트 방송에는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팟캐스트 방송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올바른 논쟁을 가로막는 나이, 지위, 성 등의 장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학연, 지연, 혈연 등과 같은 독특한 연고문화도 엿보이지 않는다. 논쟁을 불가능하게 하는 외적인 권력관계의 요소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올바른 논쟁을 막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현학적 담론의 남용, 단장취의(斷章取義)적 태도, 인격적 비난, 자기중심적 태도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또한 팟캐스트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오로지 발언의 진정성과 정합성만으로 토론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팟캐스트를 듣는 수용자 또한 출연하는 사람의 지위나 권력보다는 내용에 주목하게 된다. 방송에 대한 피드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시민 대중들과의 소통 또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지상파 방송이 눈여겨 살펴야 할 대목이다. 사실 특정 팟캐스트 방송이 1억 다운로드를 달성할 만큼 그 수요가 넘쳐나는 사회는 그리 정상적이지 않다. 지상파 방송과 신문이 다양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굳이 팟캐스트를 찾아 듣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팟캐스트의 수요가 줄어들고 지상파 방송과 신문으로 다시 사람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비로소 비정상과 비상식을 극복하고 상식이 지배하는 정상적인 사회로 회귀했음을 확인하는 징표가 될 것이다. 그 때가 올 때까지 나는 여전히 팟캐스트의 열혈 애청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